이것이 진정한 FA의 품격이다.
KIA 내야수 이범호가 데뷔 첫 30홈런-100타점에 성공했다. 지난 2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5회 무사 만루에서 좌월 만루포를 터트렸다. NC 에이스 해커의 초구를 벼락같은 스윙으로 끌어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아치를 그렸다. 자신의 15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시즌 32호 홈런으로 순식간에 4타점을 쓸어담고 단숨에 99타점을 넘어 100타점을 돌파했다. 데뷔 17년 만에 첫 세 자리 타점이었다. 이미 30홈런을 달성했기 때문에 역시 데뷔 처음으로 통산 58번째로 30홈런-100타점 클럽에 가입했다. 팀 내로는 2009년 김상현, 최희섭에 이어 7년 만에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노련미가 더해지며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미 시즌 중에 홈런과 타점 개인 기록을 모두 돌파했다. 작년까지 16년 동안 28홈런(2015년), 82타점(2014년)이 최다였다. 올해는 5할 6푼으로 역대 최고의 장타율을 기록하면서 홈런과 타점 생산력이 폭증했다.
30홈런-100타점은 흔하다. 이범호는 58번째 가입자이다. 그러나 FA 계약 첫 해 성적을 따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30홈런과 100타점을 수확한 타자는 드물다. 역대 30홈런-100타점 주인공 가운데 FA 첫 해에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이범호가 처음이다. 바로 이범호의 진가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이범호는 작년 FA 자격을 얻어 계약 기간 4년, 총액 36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나이 때문에 많은 돈을 받지 못했다. 계약 당시만 해도 이렇게 대박을 터트릴 줄을 몰랐다. '꾸준히 3루를 지키며 20홈런 80타점만 해도 성공'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겨우내 착실한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었고 FA 역대급 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3년째 주장이라는 책임감도 눈부신 기록의 원동력이었다.
역대로 FA 계약을 하면 첫 해는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이범호가 데뷔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그는 지난 2011년 첫 번째 계약을 했을 때도 해결사 칭호를 얻으며 맹위를 떨쳤다. 후반기 갑작스러운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해 첫 해 대박 성적을 이루지 못 했다. 그러나 올해 두 번째 FA 계약을 맺자마자 35살의 나이로 으뜸 기록을 세웠다.
이범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타율 3할대를 유지하면 첫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을 세운다. 팀의 가을야구 진출은 가장 바라는 목표이다. 아울러 이날 만루 홈런으로 4타점을 더해 통산 959타점, 통산 홈런도 282개로 늘렸다. 내년 시즌에는 통산 300홈런과 1000타점을 수확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성비 최고의 FA 이범호의 기록 사냥은 계속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