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터진 페드로 알바레스(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우월 투런홈런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멀리 날아갔다.
이 구장은 좌측과 우측 스탠드가 다르다. 좌측은 스탠드가 3층까지 있어 우타자도 장외홈런을 치려면 타구를 오른쪽으로 보내야 한다. 우측 스탠드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도 얼마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고, 그 뒤로는 구단 상품을 파는 매장과 펍 등이 입점한 대형 창고 건물이 있다. 우측 스탠드와 창고 건물 사이, 이곳의 이름은 유타 스트리트(Eutaw Street)다.
알바레스의 홈런은 1992년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가 개장된 이래 유타 스트리트에 떨어진 88번째 홈런이었다. 볼티모어 선수로는 40번째였고, 이번 시즌 팀 내 6호였다. 올해부터 이 팀에서 뛴 알바레스 개인으로는 2번째 경험이었다.
볼티모어 구단은 이런 세부적인 것까지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경기 중 방송을 통해 이를 알렸다.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은 물론 경기장을 찾은 팬들까지 앉은 자리에서 세세한 소식들을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다른 팀 선수와 함께 만든 기록들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면 집계한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카일 시거는 1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동생인 코리 시거(LA 다저스)도 같은날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거 형제가 이번 시즌 같은 날에 홈런을 날린 것은 이날이 4번째였다.
또한 시거 형제는 둘 다 25홈런을 넘겼다. 카일이 29개, 코리가 25개로 이들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같은 시즌에 각자 25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형제가 됐다. 50홈런 합작은 2011년 멜빈 업튼 주니어(23개)와 저스틴 업튼(31개)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형제가 합작한 한 시즌 최다 홈런인 61개(2002년 제이슨, 제레미 지암비 형제)에도 도전할 수 있다.
이런 기록들마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를 보면 별걸 다 기록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큰 의미가 있는 기록들조차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거나 모르고 지나친 후에 뒤늦게 발견하는 일이 없지 않은 우리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깊어가는 역사만큼 기록이 쌓이지 않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지나간 일은 기억에서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기에 기록으로 새겨야 남는다. 메이저리그는 작은 것까지 챙겼기에 큰 것을 이룰 수 있었다.
최근에는 뉴욕 양키스의 신예 게리 산체스의 홈런 기록이 가장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통산 50경기를 치르지 않고 19홈런을 쳐낸 것은 산체스(45경기)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20홈런도 아닌 19홈런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바다처럼 방대한 기록과 자료를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도 티끌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있었던 덕분이다. /nick@osen.co.kr
[사진] 게리 산체스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