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KS 이어 페넌트레이스도 우승
시즌 중 연장계약 확정, 프런트도 전폭 지원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페넌트레이스까지 제패했다. 22일 잠실경기에서 kt를 9-2로 제압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1995년 이후 21년만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김태형(49)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고 설명되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한국시리즈 정상 자리에 올랐다. 2년째가 된 올해는 김 감독에게 새로운 시험대였다. 두산은 이전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다음해 포스트시즌 실패 징크스가 있었고,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공백도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4월 개막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며 쾌속 질주했고, 김 감독의 리더십도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한 김 감독은 특유의 선 굵은 야구로 두산의 뚝심을 살렸다. 경기에 관여하기보다 선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선수 중심 야구를 실현했다.
'판타스틱4' 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을 앞세운 선발야구는 선수들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순리대로 로테이션을 움직인 김 감독의 원칙이 있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43개 희생번트에서 나타나듯 타자들이 마음껏 배트를 돌릴 수 있도록 했다. 김 감독은 "8번 타자나 대타라도 적극적으로 치라고 한다. 그래야 애버리지가 올라간다. 경기 후반 1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번트로 아까운 아웃카운트를 버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결과 두산은 팀 최다 172홈런을 기록 중이다.
2% 부족했던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거포 김재환과 오재일, 리드오프 박건우가 올해 김 감독 체제에서 급성장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경험이 부족했을 뿐, 경기에 나가 긴장할 선수들은 아니다. 연습 백번 해봐야 경기 한 번 해야 자기 것이 될 수 있다. 실수를 해도 충분히 적응할 때까지 눈감고 보겠다"며 작은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렸다.
위기도 없지 않았다. 5월에 일어난 투수 노경은(롯데) 임의탈퇴 사건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뻔 했지만 김 감독은 흔들림 없이 팀을 통솔했다. 김 감독은 "선수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그 선수를 기용했을 때 팀에 끼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본다"며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이후 정재훈·양의지 등 부상자들이 나왔을 때도 적재적소 대체선수 활용으로 극복했다.
선수와 코치 시절 김인식·김경문 감독 밑에서 배운 김 감독은 "주위에서 무색하다는 소리도 듣고 있지만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순리대로 선수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감독이다"고 말했다. 압도적 우승은 김 감독의 야구철학이 만개한 것이다.
김 감독의 리더십이 꽃피울 수 있었던 데에는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반기를 마친 뒤 두산은 이례적으로 시즌 중 김 감독과 3년 재계약 합의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이 남은 시즌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 미래를 구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승영 사장-김태룡 단장은 물론 박정원 구단주까지 팀 성적과 함께 두산 고유의 뚝심·허슬 야구를 되살린 김 감독 리더십에 두터운 신임을 보여왔다. 김 감독도 일찌감치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구단의 믿음에 보답했고, 이제는 한국시리즈 2연패를 겨냥한다. /waw@osen.co.kr
[사진] 21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김태형 감독(위). 박정원 구단주가 그라운드에 내려와 김태형 감독, 김승영 사장과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