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최강...독주하며 21년만의 시즌 우승
노장 없는 선수단과 육성...막강 전력 과시
새로운 왕조가 시작되는 것인가.
정규시즌 내내 무섭게 질주한 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1위를 확정지었다.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wiz와의 경기에서 9-2로 승리를 거두면서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지웠다. 이로써 두산은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했다.
올 시즌 두산의 전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투수진과 야수진 모두 리그 최고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했다. 특히 선발진은 35년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두산은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으로 구성된 ‘판타스틱 4’ 선발진을 앞세워 팀 평균자책점 부문 리그 1위(4.36)를 사수 중이다.
선발투수 4명이 모두 15승 이상을 올리며 무려 68승을 합작했다. 이중 니퍼트는 21승으로 외국인투수 선발승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장원준이 1승을 더해 KBO리그 최초로 선발투수 4명 15승 이상 대업을 달성했다.
타선도 뜨겁다. 팀 타율(0.297)과 팀 OPS(0.847)에서 리그 1위, 팀 홈런(173개)은 리그 2위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김재환과 오재일이 급성장을 이루며, 새롭게 클린업이 만들어졌다. 에반스도 반등에 성공, 외국인타자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건우는 김현수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고, 이전부터 팀의 중심을 잡아온 양의지 민병헌 김재호의 활약도 여전했다.
옥의 티가 있다면 불펜진이었다. 셋업맨 정재훈이 불운의 부상으로 이탈하고, 마무리 이현승이 후반기부터 고전하면서 블론세이브가 부쩍늘어났다. 그런데 이 또한 홍상삼의 군전역 복귀로 해결됐다. 홍상삼은 지난 4일 팀에 합류한 후 벌써 5세이브를 올렸다. 7경기·8이닝을 소화했고 블론세이브는 전무하다.
게다가 두산은 마무리투수 경험이 있는 이용찬도 상무에서 전역, 22일 엔트리에 등록해 1이닝 무실점을 소화하며 복귀 신고를 했다. 홍상삼·이용찬 두 150km 강속구 투수가 경기 막바지를 책임진다면, 한국시리즈서 두산의 뒷문은 더 두터워질 것이다.
무엇보다 두산은 현재만큼 밝은 미래를 갖고 있다. 일단 팀 내 주축선수들의 연령대가 높지 않다. 야수진에서 김재호 오재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대 혹은 30대 초반이다. 투수진도 니퍼트 외에는 앞으로 한창 전성기를 보낼 선수들로 가득하다. 올 시즌 젊은 불펜투수들의 부재가 아쉬움을 샀으나, 돌아온 이용찬과 홍상삼이 향후 5년 동안 두산의 뒷문을 책임질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올 겨울에 할 일이 참 많다. 5선발투수도 만들어야 하고, 불펜진도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사실 올해는 (김)강률이가 잘해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몸이 아프면서 그렇게 되지 못했다”며 “5선발로 사이드암 10승 투수는 어떨까 싶다. 그럼 모든 유형의 투수를 보유하면서 전원 10승 이상이 가능하게 된다”고 웃었다. 행복한 고민이다. 이미 두산은 삼성이 지난 5년간 이룬 왕조를 넘겨받을 만한 전력이다.
두산은 빼어난 육성시스템을 앞세워 꾸준히 강팀으로 자리해왔다. 올 시즌 마침내 최강전력을 구축했고 오재일과 김재환처럼, 내년에는 또 다른 라이징스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왕조를 향한 첫 번째 발자국이었는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