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cm의 작은 키로 싱가포르 최고의 농구스타가 된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웡 웨이롱(28, 싱가포르 슬링거스)이다.
서울 삼성은 한국대표로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2016 머라이언컵에 출전하고 있다. 아시아 6개국을 대표하는 프로팀이 참가해 우승을 겨루는 리그다. 20년 만에 부활한 이 대회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540만 명인 도시국가다. 국내프로리그가 없는 대신 주변국들과 통합한 ABL(Asean Basketball League)에 참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유일한 프로농구팀 슬링거스는 국가대표팀이나 마찬가지. 웨이롱은 슬링거스 최고스타다. 작은 신장에도 장거리 3점슛을 척척 꽂는 그는 스테판 커리와 닮았다. 별명도 ‘싱가포르의 암살자’다. 2014, 2016 ABL MVP에 빛나는 그는 지난 시즌 슬링거스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웨이롱의 명성은 듣던 대로였다. 금면고량주(대만)와의 첫 경기서 주전 포인트가드로 나선 웨이롱은 3점슛 3개 포함, 13점을 퍼부었다. 특히 승부처에서 터진 장거리 3점슛이 백미였다.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고 직접 쏘는 슛이 특기.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장대숲을 누비며 올려놓는 플로터는 묘기에 가까웠다. 웨이롱의 활약에 슬링거스는 79-71로 첫 승을 기록했다.
경기 후 만난 웨이롱은 슛이 좋다는 칭찬에 “슈팅은 내 특기다. 아무래도 키가 작다보니 장거리 3점슛을 개발하게 됐다. 내 장점인 스피드와 슛을 살리고 있다”면서 웃었다.
싱가포르 대표팀의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팀도 수준이 낮을 것이라 보면 오산이다. 오히려 부족한 선수층을 메우기 위해 외국선수가 많이 뛴다. 골밑을 보는 선수들의 높이는 상당하다. 웨이롱은 175cm의 신장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그는 “커리의 연습영상을 보면서 그대로 따라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드리블만큼은 누구와 겨뤄도 자신 있다”며 웃었다.
싱가포르는 국가대항전에서 아시아 B그룹으로 분류돼 A그룹의 한국과 겨룰 기회가 없다. 싱가포르 최고의 선수도 한국선수들을 잘 알고 있었다. 웨이롱은 “한국대표팀에서 뛰는 문태영과 김태술을 알고 있다. 한국농구는 매우 빠르다. 삼성도 정말 좋은 팀인 것 같다. 만약에 김태술과 겨룰 기회가 있다면 많이 보고 배우고 싶다”면서 겸손함을 보였다.
아쉽지만 김태술 대 웨이롱의 대결은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 삼성이 마이티 스포츠(필리핀)와 첫 경기서 87-92로 패했기 때문. 두 팀 모두 조2위가 되면 4강 대결이 엇갈릴 전망이다. 작은 신장에도 최고스타 반열에 오른 웨이롱은 한국농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싱가포르=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