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헌,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기대 이상 활약
중요한 시점에서 불펜진 강화...젊은 투수들 도약으로 밝은 미래
“내년에 불펜진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지난 4일 수원 kt전에 앞서 불펜진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당장은 김지용과 임정우가 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으나, 2017시즌에는 이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했다. 임정우가 8회부터 등판,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마워하면서도 내년에는 1이닝만 던지게 할 것을 다짐했다.
양 감독은 “일단 지금으로선 내년 필승조를 (정)찬헌이 지용이 정우로 보고 있다. 셋이 7회부터 9회까지 한 이닝씩 막는 것을 생각 중이다. 이렇게 되면 정우와 지용이가 느끼는 부담도 올해보다 덜할 것이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정찬헌의 복귀시점이 확실히 잡히지는 않았다. 양 감독은 정찬헌의 시즌 막바지 복귀를 머릿속에 넣어두긴 했으나, 누구도 정찬헌이 복귀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비록 2경기 2⅔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지만, 정찬헌은 1군 무대에 연착륙하고 있다. 지난 17일 잠실 삼성전에서 1이닝 무실점, 21일 잠실 NC전서도 1⅔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454일만의 1군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당황하는 모습은 없었다. 패스트볼 구위로 상대를 압박하고, 절묘한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았다. NC전에선 삼성전보다 한층 안정된 투구를 했다. 수비실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며 굴절된 타구를 잡고 1루 베이스를 밟았다.
구위만 놓고 보면 임정우와 쌍벽을 이뤘던 정찬헌이다. 때문에 양상문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임정우와 정찬헌을 마무리투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시켰다. 4월 경추수술을 받아 2016시즌 출발이 늦어졌으나, 늦은 만큼 확실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양 감독은 “찬헌이가 ‘그동안 몸을 잘 만들어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연투는 안 시키려고 한다. 한 번 마운드에 오르면 40개까지는 던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고, 찬헌이가 이제 막 돌아온 점을 감안해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4위 사수를 목표로 시즌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LG는 오는 30일과 10월 1일 잠실 SK전, 10월 3일과 4일 대구 삼성전을 제외하면 연전이 없다. 때문에 앞으로 남은 8경기 중 6경기서 정찬헌 김지용 임정우로 구성된 2017 필승조를 미리 가동시킬 수 있다. 구위로 상대를 누르는 투수가 적었던 LG 불펜진에 정찬헌의 합류는 천군만마나 마찬가지다.
LG는 9월 들어 불펜진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 이 부문 리그 1위에 자리하고 있다. 2위 NC의 4.30과 1점 이상 차이난다. 임정우 김지용 정찬헌이 활약하는 것 외에도 진해수 윤지웅 최성훈 좌완 트리오가 좌타자들을 꾸준히 잡고 있다. 선발투수로 나섰던 이준형과 임찬규의 불펜진 합류도 큰 보탬이 됐다. 이준형은 이천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4kg를 증량, 최근 불펜 등판에서 147km를 찍었다. 이동현과 신승현이 엔트리서 제외됐으나, 젊은 투수들이 올라서며 둘의 공백을 메웠다.
양 감독은 어느덧 불펜진 연령대도 낮아진 부분을 두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활약하면서 자연스럽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양 감독은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내년에 불펜진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신)정락이가 돌아오는데 정락이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투수다. 우리 팀 상황과 정락이의 상태를 보고 정락이의 보직을 결정하려 한다. 정락이는 공익을 하면서도 꾸준히 이천에 와서 몸을 만들었다. 건강하게 다음 시즌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2017시즌 마운드 밑그림을 전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