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맞짱] 공항vs쇼핑왕vs질투, 담당 기자가 본 치명적 장단점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9.22 10: 30

KBS '공항가는 길'과 MBC '쇼핑왕 루이'가 지난 21일 동시에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지상파 수목드라마가 새 판을 짰다. 이미 두 드라마보다 앞서 방송되며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한 SBS '질투의 화신'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가운데 로맨스를 앞세운 세 드라마가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게 된 것.
일단 시작은 입소문을 제대로 탄 '질투의 화신'이 먼저 웃었다. 22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질투의 화신'은 12.3%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수목극 1위에 올랐다. 이어 '공항가는 길'은 7.4%, '쇼핑왕 루이'는 5.6%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세 드라마 모두 진입 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은 로맨스 장르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순위는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다. 이에 세 드라마의 견고한 무기와 치명적 단점을 꼽아봤다.
# '공항가는 길', 가을 냄새 나는 짙은 멜로의 향연

수목극 최약체인 줄로만 알았던 '공항가는 길'이 의외로 선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베일을 벗은 첫 방송이 시청률 7.4%를 기록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수목극 격전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2위에 안착한 것. 이는 믿고 보는 두 배우 김하늘과 이상윤의 안정적인 연기와 더불어, 김철규 PD의 세련된 연출과 '봄날은 간다' 이숙연 작가의 감성적인 대본이 어우러지며 쌀쌀한 가을과 계절감마저 딱 맞는 멜로를 만들어낸 덕분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간만에 '어른 냄새'나는 진짜 멜로가 탄생했다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한 불편함은 남아있다. 아이까지 있는 두 기혼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에 '불륜 미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향했고, 이에 대해 김PD는 "'불륜'이라는 용어로 규정짓기 보다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어떤 위로를 얻는지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시선마저 설득할만한 서사를 그려내는 것이 '공항가는 길'이 월화극에서 살아남기 위해 풀어야 할 유일한 숙제다. 
# ‘쇼핑왕 루이’, 대형견 서인국의 로코가 왔다
어렵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엄마 미소를 지으며 배우 서인국의 연기를 보고 나면 한 회가 끝나 있다. 이처럼 서인국은 ‘쇼핑왕 루이’를 통해 강아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다소 철이 없지만 애교 많고 손도 많이 타는 애완견 같은 매력으로 루이 역을 어필하겠다는 것. 그가 잡은 포인트대로 서인국이 표현한 루이는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고 있을뿐더러, 기존의 로맨틱코미디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의 신세계를 열었다. 할머니의 과잉보호 아래서 쇼핑밖에 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과 그럼에도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다며 말을 잘 따르는 마음 약한 모습이 루이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떨어져 있는 할머니 대신 김집사(엄효섭 분) 앞에서 더욱 강아지가 돼버리는 케미스트리(조합)가 포인트. 또한 쇼핑 중 루이에게 말을 거는 신상 등 만화책을 읽는 것 같은 효과, 갑자기 ‘픽미’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등 ‘병맛’ 코드를 넣은 것도 재미를 더한다.
다만 첫 방송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캐릭터 설명에 대거 집중한 것이 속도감 있는 전개를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다시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루이라는 캐릭터를 초반부터 확실하게 잡아놓고 가기 위함이다. 1회 말미에 서울 한 복판에서 복실이 루이를 ‘득템’(얻을 득과 아이템의 합성어)하면서 본격 로코다운 전개가 펼쳐질 것을 예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2회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통통 튀는 전개와 효과가 얼마나 폭넓은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효과적인 면에서는 화면이 다소 뿌옇다는 지적도 있었다.
#. '질투의 화신', 얼굴만 봐도 웃긴 조정석 공효진
'질투의 화신'은 생계형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 분)를 둘러싼 마초 기자 이화신(조정석 분)과 재벌남 고정원(고경표 분)의 양다리 로맨스 드라마다. 아나운서와 기상 캐스티의 애환을 그리는 동시에 질투라는 감정 앞에 무너지는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해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지금껏 본 적 없는 남자 유방암을 극 초반 내세워 큰 화제를 모았는데, 이는 화신과 나리의 관계 역전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계기가 됐다.
'질투의 화신'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이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탁월하게 연기해낸다는 점이다. 특히 조정석은 진지해서 웃기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표정, 눈빛 연기로 시청자들이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또 '공블리' 공효진의 안정적인 연기와 고경표의 멜로남 변신 역시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국과 병원, 락 빌라 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이들이 너무 얽히고설켜 있어 산만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다른 기상캐스터들이 나리를 시기, 질투해 정도를 넘는 행동과 막말을 하는 모습은 보기 불편할 때도 있는데, 앞으로 그려질 나리의 성장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osenstar@osen.co.kr
[사진] '공항가는 길',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 SM C&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