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롯데는 21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16차전 경기에서 9회초 9-9 상황에서 터진 김문호의 결승타로 10-9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찜찜한 승리였다. 타선은 삼성 마운드를 두들겼다. 선발 투수였던 박세웅도 비교적 안정되게 마운드를 지켰다. 결과적으로 5이닝 1자책 선발승 기회를 잡은 박세웅은 지난 7월21일 사직 KIA전 7승을 거둔 이후 무승 기록을 이어가야만 했고,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불펜이었다. 선발 박세웅이 5-0으로 앞선 6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윤길현이 올라와 2점만 허용한 채 잘 막아냈다. 2점을 내줬지만 모처럼 윤길현이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7회말의 윤길현은 상대에 추격의 불씨를 살려두게 하는 부진투를 보였다. 타선이 7회초 손아섭의 3점포로 8-2로 달아났기에 더욱 아쉬웠다.
윤길현은 이흥련에 솔로포, 박해민에 적시 3루타 등을 얻어맞아 8-4로 쫓겼다. 결국 7회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박시영으로 교체됐다. 박시영은 구자욱에 추가 적시타를 허용, 8-5를 만든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8회초 롯데는 김상호의 솔로포로 9-5로 달아났다. 그러나 8회말, 최근 가장 믿음직했던 이정민이 1사 만루 위기에 몰리며 흔들렸다. 롯데의 선택은 마무리 손승락이었다. 최소한의 실점으로 위기를 넘겨주길 바라야 했지만 손승락은 박해민에 싹쓸이 3루타를 얻어맞았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박한이에 희생플라이를 허용, 9-9 동점을 만들어줬다. 손승락의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
그러나 9회초 타선이 2사 1,2루에서 김문호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손승락은 9회말을 매조지 하고 블론세이브 이후 승리를 따냈다.
이 대목에서 롯데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98억 듀오'에 단연 눈길이 쏠린다. 손승락이 7승을 따낸 것은 물론 윤길현도 현재 7승을 기록 중이다. 필승조들이 14승을 따낸 것. 불펜 투수의 승리 조건은 동점 상황에서 올라와 타선이 역전을 시켰을 경우, 아니면 리드나 동점 상황을 지키지 못한 뒤 역시 타선이 터지며 다시 경기를 뒤집었을 때 성립된다.
윤길현과 손승락이 따낸 14승 중 6승이 후자의 상황에서 나왔다. 그리고 6승 중 4승이 후반기에 나왔다. 물론 윤길현과 손승락의 등판으로 승리를 지킨 경우도 많고, 역전승을 거둔 경기도 수두룩 하다. 하지만 후반기 이들의 안정감은 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후반기 윤길현과 손승락의 성적은 급전직하 했다. 윤길현은 후반기 25경기 3승4패 2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6.29, 손승락은 17경기 4승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6.00이다. 이 두 명은 13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는데, 후반기에만 6번을 범했다. 윤길현이 2회, 손승락이 4회의 후반기 블론세이브를 남겼다.
팀이 가장 중요했던 후반기, 이들의 부진은 롯데에 뼈아팠다. 올시즌을 앞두고 이 둘은 롯데 불펜의 '구세주'가 되기를 바라고 영입했기에 충격의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롯데의 올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5.50, 블론세이브는 17번이다.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5.43, 블론세이브 18번과 큰 차이가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