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뭐야? 너무 높이 뛰는데? 라틀리프도 안되겠는데?”
NBA출신 장신센터 하마디 엔자이(29, 마이티 스포츠)의 덩크슛을 본 이상민 감독의 탄성이었다.
삼성은 21일 오후 싱가포르 OCBC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 10회 머라이언컵 B조 첫 경기에서 마이티 스포츠(필리핀)에게 87-92으로 패했다. 삼성은 22일 말레이시아 드래곤즈를 반드시 이겨야 조 2위로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마이티 스포츠는 무늬만 필리핀이었고, 사실 미국연합팀이나 마찬가지였다. NBA출신 알 쏜튼이 포함됐다. 지난 시즌 SK에서 뛰었던 드웨릭 스펜서도 있다. 213cm의 장신 하마디 엔자이도 포진했다. 이번 대회 규정상 외국선수가 동시에 3명 출전이 가능하다. 더구나 전 필리핀 국가대표 마커스 다우잇은 국내선수로 분류됐다. 사실상 필리핀 선수는 가드 단 두 명만 뛰었다. 이상민 감독은 “필리핀이 열 받으면 외국선수 4명이 동시에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NBA출신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엔자이는 2010년 NBA드래프트 2라운드 56위로 미네소타에 지명됐던 선수. 2년간 NBA에서 뛴 후 해외리그를 전전한 그는 필리핀까지 흘러갔다. 그는 213cm의 신장에 엄청난 점프력까지 겸비했다. 머리가 백보드에 닿을 정도로 높이가 대단했다. 엔자이는 앨리웁 덩크슛을 밥 먹듯 찍었다. 삼성이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던진 슛도 엔자이가 공중에서 걷어냈다. 이상민 감독은 “라틀리프도 안되겠는데?”라며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알 쏜튼은 힘들이지 않고 득점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간결한 돌파로 수비수를 떨군 뒤 정확한 점프슛으로 계속 득점했다. 쏜튼은 전반전에만 17득점을 퍼부었다.
4쿼터 승부처에서도 NBA출신들이 빛났다. 쏜튼은 종료 30초전 결정적 3점슛을 꽂으며 포효했다. 엄청난 높이의 엔자이도 라틀리프가 감당하기 버거웠다. 삼성은 라틀리프의 강력한 몸싸움과 임동섭의 3점슛에 기대를 걸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쏜튼은 35점, 3점슛 4개를 올리며 삼성을 폭격했다. 엔자이도 16점, 9리바운드를 거들었다. 삼성은 라틀리프(23점, 14리바운드), 임동섭(22점, 3점슛 6/10), 문태영(21점, 3점슛 3/3) 트리오가 잘 싸웠다.
비록 삼성이 패했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경기를 치러본 것은 삼성에게 큰 소득이었다. 삼성은 4쿼터 경기운영을 매끄럽게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싱가포르=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