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시즌보다 KBO리그의 3-유간이 뜨겁다. 저마다 최고의 성적을 찍은 3루수와 유격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골든글러브 자리를 두고 펼치는 각축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예측도 힘들다.
올시즌 KBO리그의 3루수와 유격수 포지션의 선수들은 대거 '상향 평준화'됐다. 고만고만한 성적을 찍은 선수들이 모여있는 것이 아닌, '커리어 하이'의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연말에 있을 골든글러브 시상식까지 3루수와 유격수의 '황금 장갑' 주인공에 대한 갑론을박인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30홈런-100타점은 기본. '40홈런' 최정의 무혈입성?
말 그대로 '핫코너'다. 올시즌 KBO리그 3루수들은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기록들을 남기고 있다. 최정(SK), 황재균(롯데), 박석민(NC), 이범호(KIA), 루이스 히메네스(LG)가 후보에 오를만한 선수들인데, 기록을 하나씩 뜯어보면 저마다 황금 장갑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30홈런 100타점 기록은 기본이다.
일단 최정이 다가올 연말 가장 유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다. 최정은 올시즌 타율 2할9푼 39홈런 100타점 10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9할9푼4리의 성적을 찍고 있다. 30홈런 100타점을 넘어, 40홈런 100타점의 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프랜차이즈 기록은 새롭게 쓰면서 팀 역사에는 이름을 남겼다.
아울러 홈런 1개를 추가한다면 2002년 호세 페르난데스(당시 SK·45홈런 107타점), 2010년 이대호(당시 롯데·44홈런 133타점) 이후 3루수로는 역대 3번째 40홈런 100타점 클럽에 가입한다. 또한 KBO리그 3루수로는 최초로 100타점-100득점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됐다. 최정이 골든글러브 경쟁에서 단연 앞서 있긴 하다.
이 외에도 최정에 가렸을 뿐 커리어 하이 성적을 찍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황재균은 올해 타율 3할3푼7리 26홈런 104타점 92득점 OPS 9할7푼1리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커리어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것은 물론 100타점을 돌파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타이를 이루고 있다. 30홈런-100타점-100득점 고지도 머지 않아 밟을 수 있을 전망. 여기에 14개의 결승타로 나성범(NC)와 함께 결승타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다.
베테랑 이범호도 지난 2000년 데뷔 이후 17년 만에 최고 성적을 찍고 있다. 타율 3할6리 31홈런 99타점 OPS 9할4푼2리를 기록 중이다. 커리어 최초 30홈런 100타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 박석민은 타율 3할9리 28홈런 95타점 OPS 9할6푼6리로 모자람이 없는 성적을 남기고 있고 히메네스도 3할9리 26홈런 98타점 OPS 9할4리를 기록 중이다.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에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3루수 자리다.
▲ 공수 두각, 춘추전국 유격수 시대
본래 수비가 더 중요시 되는 포지션이 유격수다. 그만큼 공수를 겸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강정호(피츠버그)가 대표적인 케이스. 그리고 올해는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들이 다시 출몰해 춘추전국 시대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일 오지환(LG)과 김하성(넥센)은 나란히 20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오지환은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쓰는 구단 유격수로는 최초의 20홈런을 기록하는 대업을 이뤘다. 잠실구장에서 11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논란의 여지도 없다. 공격 전부문에서 고르게 잠재력이 만개했다. 타율 2할8푼3리 20홈런 75타점 70득점 14도루 OPS 8할9푼5리의 성적이다.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해 볼 만 하다.
이에 대항하는 김하성은 데뷔 3년 만에 20홈런(20개)-20도루(24개) 클럽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9홈런 22도루로 20-20클럽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쉬움을 1년 만에 씻어낸 것. 김하성은 아울러 만20세11개월3일로 두 번째로 적은 나이에 20-20클럽을 달성했다. 1994년 당시 LG 김재현(현 한화 코치)이 18세11개월5일로 최연소 20-20클럽에 가입한 바 있고 김하성이 두 번째다.
유격수로는 이종범(96~97년), 강정호(2012년)에 이은 3번째다. 시즌 성적은 2할8푼4리 20홈런 81타점 84득점 24도루 OPS 8할4푼9리.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 김재호도 타율 3할5리 6홈런 71타점 66득점 OPS 8할1푼2리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훌륭한 성적이지만 앞선 2명에 비해 그리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올해 팀의 주장으로서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공로까지 생각할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손시헌은 시즌 중반 사구에 맞아 갈비뼈 부상을 당하며 잠시 팀을 이탈하면서 경기 수가 적다. 타율 3할6리 5홈런 39타점 34득점 OPS 8할3푼의 성적을 찍고 있다.
유격수는 내야의 중심으로서 수비도 무시할 수 없다. 실책 수에서는 김하성(19개)과 오지환(17개)이 최다 실책 상위권에 올라 있다. 손시헌도 13개의 실책을 범했고, 김재호만 유일하게 9개의 실책으로 한 자리 수 실책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단순히 실책으로만 수비력을 평가할 순 없다. 수비 범위와 송구능력, 상황 판단력 등 종합적인 판단이 가미됐을 경우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수비력이다.
아직 시즌은 10경기 남짓 남았다. 하지만 3루수와 유격수 선수들이 벌이는 뜨거운 경쟁은 시즌이 끝나고, 연말 골든 글러브 시상식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