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20홈런, 최고 시즌 보내는 오지환
유격수 GG 가능성에도 팀 성적에 포커스
잠실 유격수 최초 20홈런. LG 오지환(26)에게 멋진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 이 기세라면 데뷔 첫 20홈런에 골든글러브도 꿈이 아니다.
오지환은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7회 윤규진에게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월 3점 홈런을 폭발했다. 시즌 20호 홈런으로 개인 첫 기록이었다. 나아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 유격수 중에서 최초로 시즌 20홈런 타자가 됐다. 종전 1994년 LG 유지현의 15홈런을 넘어섰다. 두산에선 2009년 손시헌이 기록한 11개가 최다 기록일 정도로 오지환의 기록은 보기 드문 기록이다.
지난 2014년 유격수 최초 40홈런을 터뜨린 강정호와 30홈런을 기록한 1997년 이종범의 존재로 인해 20홈런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가 20홈런을 넘긴 건 거포 유격수의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다. 오지환은 올 시즌 홈런 20개 중 절반이 넘는 11개를 잠실구장에서 넘긴 것이라 의미가 더 크다.
오지환은 "최초 기록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감사한 분들이 많다. 올 시즌 시작할 때 (부상과 부진으로) 안 좋았고 서용빈 타격코치님과 고민이 많았다. 2군에 있을 때는 김동수 2군 감독님과 신경식 타격코치님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기 때문에 이런 기록이 나올 수 있었다"고 코칭스태프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늘 해마다 20홈런-20도루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지만 올해는 시작이 너무 안 좋았다. 군입대를 앞두고 다치는 바람에 목표를 버렸다. 팀이 승리하는 데에만 보탬이 되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지난해 타율이 2할7푼8리였기 때문에 2할8푼을 우선 목표로 했다. 매년 발전해가는 선수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다"고 이야기했다.
홈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록에서 오지환은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타율 2할8푼3리 20홈런 75타점 모두 개인 최고 기록으로 출루율(.387) 장타율(.508) OPS(.895) 등 비율 기록들은 KBO리그 전체 유격수 중 1위에 빛난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대체선수 대비기여도 'WAR' 부문에서도 유격수 중에선 오지환이 3.88로 독보적인 1위에 빛난다.
두산 김재호(2.71), NC 손시헌(.243), 넥센 김하성(2.05) 모두 오지환에 한참 뒤진다. 김재호가 유격수 중 유일하게 규정타석 3할대 타율(.305)에 800이닝 이상 유격수 중에서 최소 9실책을 기록하고 있고, 김하성이 유격수 최다 81타점에 20-20 클럽까지 가입하며 오지환과 치열한 골든글러브 경쟁자로 꼽힌다.
오지환은 결국 팀 성적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봤다. 그는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가면 승산이 있을 듯하다"고 말하며 웃은 뒤 "아직 순위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에 집중할 때다. 긴장의 끈을 늦출 때가 아니다. 남은 경기들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 달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골든글러브는 개인 성적이 우선이지만 경쟁이 치열할 경우 팀 성적도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군입대를 앞두고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지환. 잠실 유격수 최초의 20홈런에 이어 첫 황금장갑의 꿈도 영글어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