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마사히로(28·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MLB) 진출 당시부터 화제를 모으고 다녔다. 2014년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 계약(포스팅 금액 2000만 달러 별도)을 맺으며 ‘과다 지출’ 논란을 일으켰고, 그 후로는 팔꿈치 문제로 ‘먹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잡음이 없다. 오히려 건재를 과시하며 양키스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다나카는 20일(이하 한국시간)까지 30경기에 나가 193⅔이닝을 던지면서 13승4패 평균자책점 2.97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2014년 기록했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13승)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고,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은 이미 넘어섰다. 리그 전체로 봐도 다나카의 평균자책점은 1위다. 20일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다나카 단 한 명이다.
사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명을 덜 받은 편이다. 어쩌면 조용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꾸준히 성적을 쌓고 있다. 실제 다나카는 ‘팬그래프닷컴’ 기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5.1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올라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다나카보다 높은 WAR을 기록 중인 투수는 크리스 세일(시카고 화이트삭스·5.2)이 유일하다. 하지만 차이가 크지 않아 이 수치는 시즌 막판 등판 결과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리그 사이영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벌써 21승을 달성한 릭 포셀로(보스턴)라는 강력한 후보자가 있어 수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다나카가 MLB 입성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14년과 2015년 합계 5.4의 WAR(2014년 3.1·2015년 2.3)을 기록했던 다나카는 올 한 시즌에만 지난 2년의 WAR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1억5500만 달러의 계약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다나카가 소화한 이닝일지 모른다. 다나카는 20일까지 193⅔이닝을 던져 첫 200이닝을 눈앞에 뒀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나카의 팔꿈치 건강을 직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2014년 초반 쾌조의 활약을 선보였던 다나카는 시즌 중반 팔꿈치에 탈이 나 완주에 실패했다.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지만 지난해에도 크고 작은 통증으로 24경기에서 154이닝 소화에 머물렀다.
때문에 “다나카가 팔꿈치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라면서 머지않은 시기에 수술을 받을 것이라 단정하는 현지 언론도 많았다. 그러나 다나카는 올해 꾸준한 등판과 건재한 구위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여전히 불안요소로 보고 있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적어도 올해 활약 속에서 잠잠해졌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이런 팔꿈치 상태는 계약에 대한 궁금증으로 연결된다. 옵트아웃(잔여연봉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취득) 권리를 가지고 있어서다. 다나카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2200만 달러, 2020년 2300만 달러의 연봉 계약을 맺으면서 2017년 시즌 뒤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가져왔다. 만약 내년에도 200이닝 이상을 던지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의 가치는 치솟을 수 있다.
선발 FA가 마땅치 않은 올 겨울이 아니라는 것은 아쉽지만, 수준급 선발투수들은 언제나 귀하다. 여기에 최근 MLB는 특급 선발들의 가치가 더 오르는 추세다. 만 31세의 맥스 슈어저(워싱턴)와 데이빗 프라이스(보스턴), 만 33세의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모두 총액 2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터뜨렸다. 부상이 잦아 ‘내구성’ 논란이 있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또한 올해 소속팀과 7년 1억75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맺었다.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슈어저·프라이스·그레인키와 다나카의 기량을 비교하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무리가 있을 수 있다. 2017년 시즌 뒤 FA 시장의 상황도 봐야 한다. 다만 다나카가 내년에도 확실한 실적을 보여줄 경우, 만 30세부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매력이 있다. 부상만 없다면 옵트아웃 조항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운데, 아시아 선수 연봉 신기록은 다나카에 의해 다시 한 번 경신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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