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괴물’ 오타니, 베스트9 투표 방식까지 바꿨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21 05: 55

일본프로야구 기자단이 시즌 뒤 선정하는 ‘베스트9’ 투표는 우리의 ‘골든글러브’ 투표와 유사하다.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 한 명씩을 뽑는다. 여기에 퍼시픽리그는 ‘지명타자(DH)’ 부문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이대호(34·시애틀)가 지난해 이 지명타자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올해 ‘베스트9’ 투표를 앞두고 선정 주체인 일본프로야구 기자회가 갑자기 투표 규칙을 바꿨다. ‘스포니치 아넥스’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20일 “기자회 간사들이 도쿄에서 회의를 열고 규정 변경을 결정했다”라고 보도했다. 큰 틀에서 바뀐 것은 아닌데, 한 선수를 투수와 야수에 동시 투표가 가능하다. 퍼시픽리그에만 있는 지명타자 부문에서 투수와 지명타자 중복 투표가 가능해졌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22, 니혼햄)를 위한 룰이다. 지난해까지 투수와 야수에 중복 투표는 무효표로 처리됐다. 데일리스포츠는 "투수와 야수에서 '이도류'로 플레이하는 오타니의 활약 등도 있어 베스트9에 동일한 선수를 투수와 야수로 동시에 뽑을 수 있는 '이도류' 투표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와 타자로 모두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오른손 중지 물집 증상 때문에 투수로는 개점 휴업한 시간이 꽤 됐지만 타석에서 맹활약하며 그 아쉬움을 지웠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 19경기(123이닝)에서 8승4패 평균자책점 2.12, 타자로는 97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 22홈런,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전 경기수를 고려하면 양쪽 모두 특급 성적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베스트 나인 투수 부문에 선정된 경력이 있다. 자신의 첫 베스트 나인이었다. 올해는 베스트 나인 선정 가능성이 높지 않다. 투수로는 부상이 있어 규정이닝을 채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전문 타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지명타자 포지션 또한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상 없이 마운드에 오르고, 올해 눈을 뜬 듯한 타격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면 내년에는 도전이 가능하다. 오타니는 한 경기에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내년에도 100경기 이상 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30홈런도 꿈이 아니라는 것은 올해 증명됐다. 
기자회의 투표 방식 변경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이상한(?) 야구선수 오타니가 만들어 낸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될 만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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