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잠실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졌다. 류 감독은 2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번이 올해 삼성의 잠실구장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음을 전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잠실 원정경기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삼성에 있어 잠실구장은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의미하는 장소였다. 삼성은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 2015시즌까지는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다. 21세기 최강 왕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막강함을 자랑한 삼성이었다.
왕조의 시작부터 잠실구장에서 이뤄졌다. 삼성은 2011년 10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을 가져가며 정상에 올랐다. 이후 삼성은 2012년 11월 1일 잠실구장에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2014년 11월 11일에도 잠실구장에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해 비록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으나, 마지막 무대 역시 잠실구장이었다. 최근 5년 중 3차례 잠실구장에서 영광의 순간을 장식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조용히 잠실구장 마지막 경기를 치른 듯하다. 삼성은 이날 두산에 4-6으로 패배, LG와 원정 2연전을 포함해 잠실 3연전을 모두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LG와 경기를 앞두고는 스윕을 다짐했으나, 첫 경기 연장혈투 끝에 끝내기홈런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추락했다. 시즌 전적 59승 72패 1무로 2009시즌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탈락이 유력하다. 앞으로 남은 12경기를 다 이기는 기적이 일어나도 5할 승률에 닿지 못한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삼성과 계약이 만료된다.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규시즌 최종일인 10월 8일이 류중일 감독이 마지막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는 날이 될 수 있다. 류 감독은 3차례 환희의 순간을 느꼈던 잠실구장을 뒤로하고 선수단과 함께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류 감독이 언제 잠실구장에 돌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