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이 사라졌다. 롯데 자이언츠의 상황도 비관적이다. 결국 올해도 가을야구의 '매직 넘버'가 아닌 '트래직 넘버'를 계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롯데는 60승72패 승률 4할5푼5리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잔여 경기는 12경기가 남았다. 남은 12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5할을 맞출 수 있다. 5할이면 가을야구에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승률. 그러나 현재 롯데의 전력, 그리고 잔여경기 일정 등으로 봤을 때 전승을 거둔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적의 확률에 가깝다.
5할에 대한 일말의 희망은 접어야 한다. 4위 LG(67승66패1무, 잔여경기 10경기)와 5위 KIA(65승68패1무, 잔여경기 10경기)와의 심리적, 실질적 거리감도 멀다. 트래직넘버를 계산해야 한다. 트래직 넘버는 상위 팀이 전패를 하더라도 하위 팀이 순위를 뒤집을 수 없는 패수를 말한다. 매직 넘버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4위 LG가 전패를 하더라도(67승77패1무) 롯데가 남은 12경기에서 8승4패를 기록해야 만 겨우 앞설 수 있다. 롯데의 4위 트래직 넘버는 '5'다. 5위 KIA를 따라잡기도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5위 KIA와가 전패를 했을 경우 65승78패1무 승률 4할5푼5리를 기록하게 된다. 이러면 롯데의 5위 트래직 넘버는 '7'로 남는다. 롯데에 트래직넘버가 엄습했다.
트래직 넘버 카운다운은 지난 3년간 롯데가 이맘때 쯤이면 숱하게 겪어온 상황이다. 시즌 초반, 언제나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외쳤지만 결국 시즌 막판에 처한 상황은 데자뷰와 같았다.
올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사직 넥센전에서 롯데는 1-11로 패했다. 3개의 실책이 나왔고 그 외에 실책성 플레이도 속출했다.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월요일 경기에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경기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발 투수가 무너졌고, 타선이 폭발하지 않는 답답한 경기의 전형이었다. 여기에 수비 불안까지 겹치니 롯데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모처럼 2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잇는가 했지만 이번에도 3연승에 실패했다.
롯데는 지난 7월20일 사직 KIA전부터 같은달 23일 사직 한화전까지 4연승을 달린 이후 3연승이 없다. 2연승만 4차례 있었을 뿐이다.
연승을 계속잇는다면 신바람으로 분위기를 몰아서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연승을 이어가도 부족한 시기에 롯데는 분위기를 타는 것조차 힘들었다. 최상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듯 보였다.
이미 트래직넘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상황. 롯데는 미친듯한 연승을 해야 하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위팀들의 연패라는 요행을 바라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