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랑茶랑] 메르세데스 벤츠 GLE, 진격의 9단 초심의 9단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9.20 08: 57

 벤츠 디자이너들은 삼각별에 원형 테두리를 한 엠블럼 창시자에게 감사할 필요가 있겠다. 완벽한 좌우 대칭형의 엠블럼 덕에 사이즈를 확대 적용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엠블럼 안에 문자가 새겨져 있거나 비대칭의 형상이 들어 있었다면 확대에 한계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SUV, ‘더뉴 GLE’를 보고 있노라면 가장 먼저 엠블럼에 대한 상념이 파고 든다. 저 차에서 라디에이터 그릴 앞에 자리잡은 거대한 삼각별 엠블럼을 떼고 나면 어떤 디자인 요소가 벤츠 GLE임을 특정할 수 있을까?
‘더뉴 GLE’, 그 중에서도 ‘350d 4MATIC’이라는 이름이 덧붙은 이 차는 선이 굵다. 잔잔한 기교를 부릴 수 없는 헤리티지가 디자인의 바탕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차체의 전면 중앙에 자리잡은 거대한 삼각별은 그 하나만으로 여타의 기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좌우 헤드라이트가, 그 아래로 에어인테이크가 X자 형태로 배치된 구도는 대지에 두 다리를 내린 거인을 연상케 한다. 튼튼한 두 어깨로는 하늘을 받치고 서 있는 헤라클래스도 떠오른다. ‘세상아 덤벼라’를 외치는 당당함이 전해진다. 그 한 가운데에 완전한 삼각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이너들이 GLE를 개발하면서 보닛 위에 솟은 클래식한 삼각별 엠블럼을 채택했다면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에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을 터이다. 

‘더 뉴 GLE 350 d 4MATIC’는 안정감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 만큼이나 뼛속 깊이 ‘안정’과 ‘신뢰’로 채워져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안전 관련 트레이드 마크인 ‘프리-세이프®(PRE-SAFE®)’를 바탕으로 사각 지대 어시스트(Blind Spot Assist),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COLLISION PREVENTION ASSIST PLUS), 평행 및 직각 자동 주차는 물론 주차 공간에서 차를 자동으로 빼주는 기능까지 추가된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Active Parking Assist), LED 인텔리전트 라이드 시스템(LED Intelligent Lihgt System), 운전자 무릎 에어백(Kneebag for driver) 등이 운전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LED Intelligent Light System)은 날씨, 밝기, 주행 조건 등 주변 상황에 따라 조도를 바꿔 주고, 스티어링을 돌리는 방향에 따라 빛이 따라 돌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선택사양이다. 더뉴  S클래스와 더뉴 E클래스에서 명성을 쌓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Driving Assistance Package Plus)’는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훌륭한 파트너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Intelligent Drive)’라 불리는 반자율 주행이 이 옵션을 통해 가능하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조향 어시스트와 스탑앤고 파일럿이 포함된 디스트로닉 플러스(DISTRONIC PLUS with Steer Assist and Stop & Go Pilot), 교차로 어시스트가 포함된 BAS 플러스(BAS PLUS with Cross-Traffic Assist), 보행자 인식 기능이 포함된 프리-세이프® 브레이크(PRE-SAFE® Brake with pedestrian detection), 능동형 사각 지대 어시스트(Active Blind Spot Assist), 능동형 차선 유지 어시스트(Active Lane Keeping Assist), 프리-세이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프리-세이프® 플러스(PRE-SAFE® PLUS) 등으로 구성 돼 있다. 어디까지나 보조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장치라면 사실상 운전자는 운전대에 손만 얹고 있어도 차가 알아서 간다. 
이름에 붙은 ‘350d’가 말해주는 엔진은 3,000cc V형 6기통 신형 디젤이다. 최고 출력 258마력과 최대 토크 63.2kgm를 발휘한다. 숫자부터가 위압적이다. 
그러나 이 차를 함께 탄 사람들은 대부분 운전자에게 묻는다. “이 차 엔진이 가솔린입니까? 디젤입니까?” 
‘350d’라는 타이틀을 보지 않고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실내는 물론이고 차 밖에서도 엔진 소리는 요란하지 않다. 보닛을 열어 젖히면 그 때 비로소 심장을 때리는 디젤엔진의 울림이 있다. 
3,000cc 6기통 엔진이 만들어내는 고요하면서 강건한 움직임은 무거운 듯 가볍고, 가벼운 듯 묵직한 조향에 따라 몸놀림을 한다. 몸놀림은 저속에서 가볍고, 고속에서 되레 차분해 진다. 
‘The New GLE 350 d 4MATIC’의 진짜 매력은 강약 조절이 분명한 고속 주행에서 드러난다. 고배기량 엔진이 뿜어내는 강력한 파워가 다가 아니다. 이 차는 그 와중에서도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자동 9단 변속기(9G-TRONIC)가 만들어 내는 글자그대로 ‘다단 변속’은 그 어떤 부지런한 손놀림보다 자연스럽다. 
숫자 ‘9’는 동양 사상에서는 한계치를 일컫는다. 더 이상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숫자다. 정치 9단이니, 눈치 9단이니 하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더 뉴 GLE 350 d 4MATIC’에 적용 된 ‘9단’은 ‘한계’가 아닌 ‘초심’을 뜻한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사람은 ‘더 뉴 GLE 350 d 4MATIC’의 계기반에서 좀처럼 9단을 만나기 어려울 수 있다. 8단에서 더 가속 하면 9단이 되는 게 아니라 8단 주행에서 록업클러치 상태가 됐을 때 비로소 ‘9단’ 표시가 뜬다. 차량 속도를 시속 100~120km 정도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추가 가속을 않고 가속페달에 살짝 발을 올린 상태로 유지하면 비로소 9단이 보인다. 이때 rpm은 1100 수준에서 유지된다. 차는 최상의 연료 효율을, 운전자는 최적의 안정감을 얻어간다. 
물론 강제적으로 9단을 누릴 수도 있다. 운전대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차량 개발자가 원하는 그림은 아닐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초고속 주행을 통해 9단을 만들 수도 있다. 9단 주행을 하다가도 급가속 상황을 만나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변속기는 순식간에 5단까지 내려간다. 추가 가속이 진행 되면서 변속기도 6, 7, 8단으로 다시 올라간다. 이 상태가 지속 되면 9단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차량은 현실 도로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속도가 돼 있을 수 있다. ‘더 뉴 GLE 350 d 4MATIC’에서의 9단은 정상의 자리에서 다시 출발점을 돌아보게 하는 ’환원체’다. 
SUV를 SUV답게 하는 필수 덕목인 사륜구동은 더 깐깐해졌다. 전륜과 후륜에 50:50으로 정확하게 분배 되는 동력은 매우 안정적이다. 부지런한 9단 변속기가 있어 답답한 느낌이 들기 전에 융통성을 발휘한다. 
운전모드는 모두 5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개인(Individual), 안락(Comfort), 미끄러움(Slippery), 스포츠(Sport)모드에 오프로드(Off-road)가 더해졌다. 운전 모드는 엔진, 트랜스미션, 스티어링, 에어컨, ECO Start/Stop, 에어매틱(AIRMATIC) 서스펜션 적용 유무 등에 변화를 준다. 
배출 가스 처리 방식은 최첨단 SCR 기술로 유로 6를 충족시켰다. 스타트 앤 스톱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더 뉴 GLE 350 d 4MATIC’의 복합연비는 9.7km/l이고 차량 가격은 부가세 포함 9,580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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