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트윈시티] 강상수 코치 매의 눈으로 만든 필승조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9.20 06: 04

프로구단은 일 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을 선택한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 10명 이상을 결정한다. 시즌이 끝나면 FA, 혹은 보상선수를 선택하게 된다. 외국인선수 영입 또한 선택에 의해 이뤄진다. 선택을 잘하는 구단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얻는다. 반대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구단은 한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LG 트윈스는 2016시즌 선택을 통한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즌에 앞서 마무리투수 자리에 변화를 줬다. 스프링캠프에서 임정우와 정찬헌 두 영건 투수를 경쟁시켰고, 시범경기가 끝나자 임정우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시즌 중 이동현이 고전하며 셋업맨 자리가 흔들리자, 작년까지 1군에서 29경기만 소화한 김지용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김지용이 150km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마운드 위에서 배짱만은 150km 강속구 투수 이상이라 평가했다. 갑작스러운 선택은 아니었다. 김지용은 지난해 추격조 투수로 등판하면서 조금씩 잠재력을 발휘했다. 올해에도 활약을 이어갔고, 결국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LG의 선택은 옳았다. 임정우는 올 시즌 62경기 65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8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하고 있다. 고전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후반기 반등에 성공하며 리그 세이브 부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임정우는 21세기 LG 구단 처음으로 마무리투수를 맡은 첫 해부터 30세이브를 올릴 수 있다. 앞으로 10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세이브 3개를 더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김지용의 활약도 눈부시다. 김지용은 올해 45경기 57⅓이닝 3승 3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 중이다. 시즌 중반부터 셋업맨을 맡았고, 후반기 임정우와 함께 승리공식을 완성했다. 양상문 감독은 김지용을 두고 “한창 좋았을 때의 이동현이 생각나는 투구를 하고 있다. 과감성과 구위 모두에서 좋은 모습을 이어가는 중이다”고 칭찬했다.
임정우를 마무리투수로, 그리고 김지용을 셋업맨으로 선택한 주체는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다. 특히 강상수 코치는 임정우와 김지용이 LG 유니폼을 입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강 코치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지금 임정우와 김지용은 LG가 아닌 다른 팀에서 공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지난 19일 강 코치로부터 둘의 영입 배경과 올 시즌 활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강 코치는 임정우가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은 것을 두고 “흐뭇하다. 사실 6월에 정우가 힘들어했을 때 감독님과 잠시나마 정우의 보직을 바꾸는 게 어떨까 고민도 했었다. 좀 편한 자리에서 던지게 하다가 페이스가 올라오면 마무리투수로 다시 기용하려 했었다”며 “하지만 감독님과 내린 결론은 ‘밀어붙이자’였다. 고비를 이겨낸다면 정우가 더 빠르게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우 또한 스스로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때 정우를 계속 마무리투수로 기용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코치는 2011년 겨울 임정우를 영입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당시 LG는 주전포수 조인성이 SK와 FA 계약을 체결, SK로부터 20인외 보상선수를 받게 됐다. 조인성의 FA 계약이 이뤄진 후 LG는 SK로부터 명단을 받았고, 내부회의 끝에 임정우를 선택했다.  
강 코치는 “보상선수 지명 당시 정우를 데려오자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정우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봐온 투수였다. 고등학생 때 정우의 모습이 강하게 눈에 들어왔었다. 신인지명에서 데려오지는 못했지만, 다시 데려올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돼 구단에 정우를 선택하자고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강 코치에게 임정우의 어떤 점이 좋아보였냐고 묻자 “서울고에서 뛰었던 정우의 모습은 투구폼도 좋고, 변화구를 던지는 데에 재능도 있어 보였다. 고등학생이 저 정도 던지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이미 요령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도 커브를 던지기는 했다. 지금처럼 정교한 커브는 아니었지만, 커브를 던지는 데 있어 손목이 중요한데, 손목을 과감하게 잘 이용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답했다. 
2011년 겨울 임정우는 LG 유니폼을 입었고, 강 코치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임정우를 지도했다. 임정우가 이따금씩 2군에 내려갔을 때도 강 코치는 따로 임정우를 찾아갔다. 강 코치는 “정우를 영입했을 당시 보직을 정해 두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정우에게 맞는 보직이 무엇인지 테스트에 들어갔다. 선발과 중간 두루 기회를 줬고 정우가 선발보다는 중간을 편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다. 올 시즌 마무리투수까지 잘 와줬다”고 웃었다. 
김지용 역시 강 코치의 선택으로 LG에 왔다. LG는 2010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김지용을 뽑았는데 당시 LG 신인 스카우트가 강 코치였다. 지명순위에서 드러나듯, 스카우트 사이에서 김지용에 대한 평가가 높지는 않았다. 신체조건도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스카우트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강 코치는 과감하게 김지용 영입을 진행시켰다.
강 코치는 9년 전 김지용을 드래프트한 것에 대해 “지용이를 봤을 때 예전에 현대에서 활약했던 신철인이라는 투수가 떠올랐다. 최소 신철인 정도는 될 것이라 봤다. 최대 마무리투수까지도 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며 “그래서 지용이가 우리 팀에 온 이후에는 선발보다는 투구수를 짧게 하면서 2, 3일을 연속으로 던지게 하는 연습을 많이 시켰다”고 돌아봤다.  
부상과 재활, 그리고 군복무로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마침내 김지용은 신철인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철인이 현대 왕조 불펜진의 핵심으로 자리했던 것처럼, 김지용도 현재 LG 불펜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강 코치는 “올해 지용이는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진다. 구속이나 변화구에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타자들에게 맞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지는 게 가장 큰 변화다”며 “지용이의 최대 장점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것이다. 빠른공이든 슬라이더든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고 가기 때문에 타자와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간다. 그러다보니 타자들은 급해지고 지용이의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강상수 코치는 올 시즌에 앞서 김지용 외에 최동환과 이승현도 불펜 필승조까지 올라서기를 기대한 바 있다. 강 코치는 “스프링캠프 당시 안정감은 지용이가, 가능성은 동환이가, 배짱은 승현이가 가장 좋았다. 올해 지용이가 잘 해주고 있고, 동환이와 승현이도 머지않아 자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본다”고 LG 불펜진의 미래를 그렸다. / LG 담당기자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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