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집중하겠다".
KIA 투수 윤석민(30)은 1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오전 배우 김시온씨와 양가 상견례를 갖고 약혼식을 맺었다는 소식이 보도된 것. 윤석민도 이날 경기 전 구단 관계자를 통해 약혼 사실을 인정하며 내년 중 결혼식 계획을 알렸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 같은 관심이 부담스런 눈치였다. KIA 구단 관계자는 "팀이 가을야구를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중요한 상황이라 선수가 부담스러워하더라.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서 팀이 가을야구에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윤석민의 의지는 이날 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KIA가 3-1로 리드한 6회말, 2사 1·2루 위기에서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상대 타자는 KIA에서 오랜 기간 배터리 호흡을 맞춘 한화 포수 차일목. 두 선수가 투타 맞대결을 벌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윤석민은 초구 143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슬라이더로 차일목의 헛스윙을 뺏어냈다. 3구째 직구가 볼이 됐지만 4구째 141km 직구가 몸쪽 낮게 들어갔다. 의심의 여지없는 루킹 삼진. 동점 주자까지 나가있는 상황에서 옛 동료를 삼진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위기는 7회에도 찾아왔다. 이번에는 윤석민 스스로 자초한 위기. 정근우에게 중전 안타, 송광민에게 볼넷을 주며 1사 1·2루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4번타자 김태균 타석이 되자 이대진 투수코치가 올라와 흐름을 끊었다. 장타 한 방이면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윤석민은 김태균에게 3구째 슬라이더를 던져 우익수 뜬공 잡았다.
윌린 로사리오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하주석을 4구째 낮게 떨어지는 139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한화로선 절호의 추격 기회가 윤석민에 의해 다시 한 번 막힌 순간이었다. 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시즌 4홀드째. 투구수는 27개였다. 윤석민의 역투에 힘입어 KIA도 2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윤석민은 어깨 부상을 딛고 지난달 말 1군 복귀한 뒤 8경기에 세이브 1개와 홀드 4개를 올리며 6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아직 구속은 140km대 초중반으로 한창 좋을 때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이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위기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관록의 투구로 불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