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상태 물으며 오승환 등판 여부 결정
매시니 감독 믿음에 보답하며 더욱 신뢰 쌓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로 자리잡은 오승환(34)이 사령탑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루키에게는 쉽게 있기 힘든 배려도 함께한다.
오승환은 이번 시즌 셋업맨을 거쳐 마무리로 활동하며 72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로 호투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노리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 세인트루이스 불펜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전력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최근 허벅지 부상으로 짧게나마 던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세인트루이스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가 회복되어 불펜에 대기했던 2경기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연패를 당했다. 연패 탈출은 결국 그의 복귀전에서 이뤄졌다.
이틀간 대기했지만 팀이 지고 있어 등판하지 못했던 오승환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 8회말에 등판해 2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하며 5승째를 따냈다. 그가 마운드에 오른 뒤 팀이 역전에 성공했고, 3연패에서도 벗어났다. 그리고 19일에는 1이닝 1탈삼진 퍼펙트로 18세이브째를 달성했다.
8일 만에 돌아온 19일 경기에서 2이닝을 소화한 뒤 20시간도 지나지 않아 거둔 세이브였다. 저녁에 경기를 치른 뒤 다시 낮에 있었던 경기에 투입된 만큼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경기 직후 “감독님께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경기 중에도 괜찮은지 한 번 더 체크를 하셨고, 나도 연습 투구를 하며 나쁘지 않아서 괜찮다고 얘기했다”며 매시니 감독의 배려가 있었음을 밝혔다.
사실 17일 경기가 오승환의 복귀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팀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 매시니 감독은 그를 무리시키지 않았다. 당시 경기를 마친 오승환은 “8회에 감독님이 날 부르셔서 던지고 싶냐고 하셨다. 그래서 몸은 괜찮으니 원하시는 대로 결정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승환은 자신의 의사를 앞세운 대신 감독에게 다시 선택권을 넘겼고, 오승환을 배려하기 위해 선택권을 줬던 매시니 감독은 다시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그를 쉬게 했다. 팀 승리와 연관이 없는 상황에 등판시켜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 없게 하는 조치인 동시에 긴박한 상황에 투입되더라도 언제든 제 몫을 해낼 투수로 생각하고 있다는 믿음까지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오승환은 그 믿음에 2경기 연속으로 멋지게 보답했다. 8일 만에 등판한 경기에서 실전 투구 감각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만으로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피로를 찾아볼 수 없는 상쾌한 피칭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매시니 감독의 배려가 어쩌면 당연해 보일 정도로 그는 팀이 반가워할 피칭을 매일 해주고 있다.
매시니 감독은 현역 시절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통산 1305경기 타율 2할3푼9리, 67홈런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강타자는 아니었지만, 수비력과 영리한 두뇌를 이용해 내셔널리그 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4차례나 수상했다. 명장 토니 라루사 감독의 뒤를 이은 그는 마치 포수처럼 세심히 투수들을 살핀다. 워낙 접전이 많아 오승환의 등판도 잦지만, 등판 수와 이닝 수가 비슷하다는 것은 마구잡이식 등판은 적었다는 것을 뜻한다. /nick@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