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앞으로 3주 동안 투타 총력전 준비
남은 10경기서 6승하면 4위 유력
“어차피 하루살이다. 하루하루 1승이 중요한 것 아닌가. 5할을 회복한 것도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매일 1승에 더 집중할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침착했다. 시즌 막바지 가장 중요한 경기들을 모두 잡아냈고, 98일 만의 5할 승률을 회복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양 감독의 머릿속에는 오직 4위를 확정짓기 위한 전략만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3인 선발로테이션을 구성하고, 풍족해진 불펜진을 100% 활용할지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LG 트윈스의 후반기 신바람이 시즌 막바지에 더 강해지고 있다. LG는 한가위 연휴 기간에 열린 KIA·삼성과 홈 4연전을 싹쓸이하며 4위 지키기에 들어갔다. 시즌 전적 67승 66패 1무로 5할 승률을 돌파, 5위 KIA와는 2.5경기 차이다. LG가 앞으로 10경기에서 6승을 올릴 경우, KIA가 LG를 따라잡기 위해선 남은 11경기서 9승을 해야 한다. 갑자기 연패에 빠지지 않는 한, 여러모로 LG가 유리해졌다.
최근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마운드다. 12경기에서 10승 2패를 기록하는 동안 LG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3.30을 찍었다. 이 기간 류제국이 3경기에 선발 등판해 완봉승 포함 3승 0패 평균자책점 1.35로 특급 에이스 역할을 했다. 필승조 김지용과 임정우는 각각 5홀드와 4세이브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허프와 우규민이 성공적으로 선발 복귀전을 치렀고, 정찬헌도 올 시즌 첫 1군 등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진해수도 7경기서 무실점. 임찬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에 깊이를 더했다. 봉중근 또한 지난 3번의 선발 등판 중 2경기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 후반기 마운드 중심 잡은 LG 투수들
류제국 8승 2패 평균자책점 2.98
허프 5승 2패 평균자책점 3.52
우규민 2승 3패 평균자책점 3.66
임정우 14세이브 평균자책점 2.74
진해수 5홀드 평균자책점 2.70
김지용 14홀드 평균자책점 4.06
맞춤형 라인업도 효과를 봤다. 상대 선발투수에 맞게 타선을 구성했는데, 새롭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대부분이 자기 역할을 했다. 한가위 빅배치였던 15일 잠실 KIA전에선 문선재가 1회말 첫 타석부터 양현종에게 홈런을 터뜨렸다. 6회말에는 우타자들이 연속출루로 찬스를 만들며 빅이닝의 발판을 놓았다. 16일에는 헥터를 맞이해 이천웅이 2번 타자로 출장했다. 이천웅은 타석에선 4타수 2안타, 그리고 수비에서 다이빙 캐치로 실점을 막았다.
이천웅의 활약은 17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이어졌다. 차우찬이 마운드서 내려가자 교체 출장한 이천웅은 연장 11회말에 개인통산 첫 번째 끝내기홈런을 터뜨렸다. 18일에는 좌투수 플란데에 맞서 이형종 문선재 채은성으로 외야진을 모두 우타자로 구성. 문선재는 7회말 플란데에게 투런포를 터뜨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채은성도 플란데에게 2타수 2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했다.
이처럼 LG는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이 동반성장을 이루면서 투타 모두에서 폭넓게 엔트리를 활용하고 있다. MVP 후보는 없지만, 수준급 선수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다양한 전략을 짠다. LG는 후반기 타율 2할9푼9리로 이 부문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하위권에 자리했던 공격력이 신예 선수들의 성장으로 인해 부쩍 향상됐다. 이제는 박용택 정성훈 외에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타자들이 많다.
▲ 후반기 OPS 0.800 이상 기록 중인 LG 타자들(20타석 이상)
오지환 타율 0.331 OPS 1.047
문선재 타율 0.297 OPS 0.928
박용택 타율 0.378 OPS 0.913
김용의 타율 0.349 OPS 0.879
정성훈 타율 0.352 OPS 0.878
양석환 타율 0.289 OPS 0.806
앞으로 LG는 야수진은 물론, 투수진도 폭넓게 가동한다. 양 감독은 “이제부터는 선발투수 3명만 준비시켜도 된다. 어떻게 선발 로테이션을 짤지 고민하고 있다”며 “불펜진은 좀 풍족해졌다. 찬규 준형이에 중근이까지 롱맨으로 나설 수 있는 투수가 많아졌다. 그래서 중근이가 롱맨으로 나설 필요는 없어질 것 같다. 현재 불펜에 좌투수만 4명이 생긴 상황이다”고 밝혔다.
최근 활약만 기준으로 삼으면, LG는 허프·우규민·류제국으로 선발진을 짜게 된다.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허프, 21일 잠실 NC전에서 우규민,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류제국을 투입하는 것이다. 허프와 우규민이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게 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8년을 뛴 허프는 오히려 4일 휴식 후 등판이 익숙하다. 우규민은 최근 선발 등판에서 투구수 82개만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구사하고 스태미너가 뛰어난 소사를 불펜진에 넣어 롱맨이나 셋업맨으로 기용할지도 모른다.
불펜진은 임찬규 이준형 봉중근 등 선발투수들이 추가되며 훨씬 두터워졌다. 지난 2년 동안 셋업맨 역할을 했던 정찬헌도 복귀전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되도 길게 이닝을 먹어줄 수 있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8회와 9회를 김지용과 임정우에게 맡기고, 경기 중반은 다양한 방향으로 불펜진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양상문 감독이 다짐한 것처럼, LG는 앞으로 모든 경기를 총력전으로 치를 것이다. 매 경기 승리를 목표로 하면 4위 확정시기도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주장 류제국은 “현재 100미터 달리기 중에 30미터 정도 남은 것 같다. 앞으로 4, 5경기만 이겨두면 우리가 많이 유리해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승리할수록, 밑에 있는 팀들은 부담을 느낄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