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을 위해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울산 대 포항이 맞붙은 전통의 ‘동해안 매치’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개최됐다. 후반 33분 멘디의 결승골이 터진 울산이 1-0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경기장에서 단연 가장 튀는 인물이 있었다. 이날 은퇴식을 가진 ‘꽁지머리’ 김병지(45)가 아닌 윤정환(43) 울산 감독이었다. 윤정환 감독은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생애 처음 진한 파란색으로 염색을 하고 나타났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이었다. 울산의 신인 설태수는 출정식에서 “울산에 관중 2만 명 이상이 오면 윤정환 감독님이 파란머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소원을 말했다. 윤 감독은 “태수가 원한다면 들어주겠다”며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7일 광주전에서 문수경기장에 2만 239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윤 감독이 약속을 지킬 차례가 온 것. 그는 추석명절을 지내고 파란머리가 돼서 선수단에 돌아왔다. 지나가던 심판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파격변신이었다.
멋쩍어하는 윤정환 감독은 “어제 오늘 미용실에 가서 세 번이나 탈색을 하고 물을 들였다. 스프레이까지 뿌렸다. 난생 처음 이런 색으로 염색을 해본다”면서 껄껄 웃었다. 한 치어리더가 ‘감독님 멋있어요!’라고 하자 윤 감독도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울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진짜 염색을 하시니 선수들도 놀란 눈치다. 이러다 포항전에 이기면 계속 염색머리를 하셔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파란머리의 효험은 대단했다. 울산은 후반 33분 멘디의 결승골이 터져 포항을 잡았다. 지난 0-4 완패를 갚는 짜릿한 승리였다. 경기 후 윤정환 감독은 “이겼으니까 (파란머리를) 한 번 더 갈까 생각 중이다. 선수들이 너무 많이 웃어서 창피하긴 했다. 그래도 이 기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서 웃었다.
팬들과 약속을 지킨 윤정환 감독은 승리를 쟁취해 기쁨이 두 배였다. ‘파란머리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울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