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김병지, “히딩크 앞 드리블? 내가 봐도 심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9.18 16: 30

‘꽁지머리’ 김병지(46)가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했다. 
울산 현대는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를 치른다. 공교롭게 두 팀 모두 현역시절 김병지가 맹활약했던 친정팀이다. 경기를 앞두고 김병지의 은퇴기자회견이 거행됐다. 
1992년 울산에서 데뷔한 김병지는 2015년 전남까지 무려 23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700경기 출전 대기록을 달성한 한국축구의 레전드다. 이날 김병지와 가족들은 하프라인이 아닌 페널티 지역에서 시축 행사도 벌이기로 했다. 

다음은 김병지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 은퇴소감은?
앞으로 꿈을 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선수생활 중 뼈를 깎는 고통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 한 단계 쫓아온 과정이 값진 경험이었다. 꿈을 위한 도전과 열정이 정말 길었다.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시간을 되돌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감사하다. 청춘을 다 바친 값진 시간들이었다. 젊어서 시작했는데 일가를 다 이룬 시점까지 운동을 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가 됐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 시작과 마무리를 모두 울산에서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울산에서 집사람을 만났고, 첫째도 낳았다. 지금 나와 함께 하는 팬들 대다수 출발이 울산이었다. 그 인연이 소중하다. 이 친구들과 평생을 같이 가는 동행을 하고 있다. 시작과 마무리를 울산에서 했다. 울산은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첫 단추를 잘 꿰어준 감사한 곳이다.   
■ 선수생활 후회는 없나? 
개인적 아쉬움은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채우는 과정이 값졌다. 2008년 선수생활 포기라는 선고를 받았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7-8년을 더 뛰었다. 내가 가졌던 열정으로 값진 시간을 보냈다. 매 경기에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하루하루 값진 축구생활을 했다. 25년 동안 지켜왔던 마음가짐이다. 
■ 오늘 하프타임 때 헤딩골 세리머니를 한다는데?
세리머니는 항상 어색하다. 며칠 전에 아들이 풋살경기를 간다고 해서 같이 가서 뛰었다. 세 골을 먼저 넣으면 잔류하는 경기였다. 아들팀이 2-1로 이길 때 교체로 들어가서 세 번째 골을 넣었다. 그 때 세리머니를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오늘 어떤 세리머니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선수생활 가장 아쉬운 실점은?
754실점을 했다. 내가 먹어서 상대 선수가 잘됐다기보다 2004년 챔피언 결정전 승부차기 때 내가 이운재에게 막혔다. 인생에서 정말 짚고 넘어가야 할 장면이었다. 아이러니하다. 골키퍼가 못 넣어서 경기에서 졌다니. 
좋은 골은 많이 생각난다. 이동국, 황선홍, 최용수, 김도훈 등. 전남 있을 때 제주전에서 박수창 한 명에게 4실점했다. 그 친구가 아마 (한 선수 4실점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 2001년 히딩크 앞에서 하프라인까지 치고 나간 드리블이 아직도 회자가 된다.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렇게 하겠나?
요즘 다양한 골키퍼 유형들이 많이 나온다. 골키퍼가 드리블하면 안되겠죠. 경기를 빌드업이나 필요한 부분은 괜찮지만 그때는 내가 봐도 과도했다. 히딩크 감독과 베어백 코치가 쓰러졌다. 나라도 쓰러졌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 내가 단 한경기라도 뛰었다면 그렇게 회자되지 않았을 것이다. 공교롭게 시기적인 그런 부분들이 있었다.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겠냐 하셨는데 플레이는 했겠지만 드리블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내 지혜와 경험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 내 문제점과 자세를 지혜롭게 정리하면서 감독의 신뢰를 받았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할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의 자만심으로 불찰의 실수를 범했다. 지혜롭지 못했다. 
■ 장수 골키퍼로 비결은? 
부상 때문에 그만뒀던 선후배들에게 관리를 못해서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 관리가 훈련장에서 필요한 경기력은 아닐 것이다. 경기외적인 것도 있다. 식사 등 다른 것들도 중요하다. 요즘 정말 많이 좋아졌다. 내가 프로데뷔한 1992년보다 훨씬 체계적이다. 한 달 휴가를 줄 때 쉰 적도 많았다. 요즘에는 낮에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유시간을 보내는 걸 봐서 잘하고 있다고 본다. 요즘 팬들은 선수들에게 높은 도덕성도 기대를 많이 하신다. 
■ 후배 골키퍼 중 눈여겨 볼 선수는?
요즘 선수들 다 나보다 잘한다. 대표팀에 있는 김승규, 정성룡, 권순태 등을 보면 각자가 가진 기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유형이 비슷한 선수는 권순태다. 신체조건이 비슷하다. 박준혁, 신화용도 그렇다. 
■ 앞으로 계획은? 
스포티비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질책을 듣고 있다. 아카데미도 계획하고 있다. 유소년 청소년 아이들이 필요한 것이 재활과 코디네이션이다. 잘 준비해서 오픈할 계획이다. 중고등학교 선수들 보면 근력운동을 병행하지 않아 오래 선수생활 하는데 문제가 있다. 보다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린다. 
25년간 정말 감사했다. 새로운 인생을 산다. 질책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이겠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울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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