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하메드 하다디(31, 이란)를 깨지 못하면 해피엔딩은 없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8일 새벽(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6 FIBA 아시아챌린지 준결승에서 이라크를 78-72로 제압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이란과 재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조별리그서 이란을 만나 47-85로 참패를 당했다. 경기시작 후 내리 14점을 내줄 정도로 무기력했다. 1쿼터 단 4득점에 그친 한국은 26점을 내줬다. 2쿼터에도 경기력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은 한 때 44점차까지 뒤진 끝에 참담한 대패를 당했다. 하다디는 29점, 10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하며 한국을 유린했다. 하다디의 야투율은 80%에 달했다. 6개를 던진 자유투 중 실수는 하나만 나왔다. 하다디가 거의 통제불능이었다는 말이다.
▲ ‘꼬꼬마’ 한국 잡는 ‘거인’ 하다디
최근 아시아무대서 한국은 하다디를 만날 때마다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란 최초의 NBA리거 하다디는 한 수 위의 높이를 과시하며 한국을 폭격했다. 하다디를 넘지 못하면 결코 아시아제패는 없다. 한국에게 하다디는 통곡의 벽이나 마찬가지다.
허재 감독은 하다디와 인연이 있다. 한국은 2009년 아시아선수권 2차 예선에서 이란과 만났다. 하승진은 김종규, 오세근, 김민수와 함께 골밑을 지켰다. 이란전에서 25분을 소화한 하승진은 7점, 4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1개의 야투시도 중 3개만 성공했다. 반면 하다디는 한국전에서 21점, 16리바운드, 6블록슛으로 하승진을 압도했다. 결국 한국은 이란에게 66-82로 대패를 당했다. 허재 감독이 이끈 한국은 역대최악의 성적인 아시아 7위에 그쳤다. 이른바 '텐진참사'였다.
하승진과 하다디는 2011년 아시아선수권 2차 예선에서 또 만났다. 한국빅맨은 하승진, 김종규, 김주성, 오세근이었다. 당시 하승진은 23분을 뛰면서 6점,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다디는 17점, 11리바운드, 5블록슛을 올렸다. 한국은 이란에 62-79로 참패를 당하며 최종 3위에 그쳤다. 한국농구 역사상 최장신 하승진이 맡아도 하다디는 수비가 불가능했다.
2013년 존스컵에서 한국은 이란을 두 번 만나 모두 패했다. 하다디는 평균 32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다디는 2014 농구월드컵에서 주최국 스페인을 상대로 16점, 15리바운드를 올렸다. 파우 가솔, 마크 가솔, 서지 이바카 등 NBA 주전센터들이 버틴 최강의 골밑을 상대로 거둔 성적이었다. 이만하면 하다디는 ‘탈아시아급 괴물센터’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하다디조차 NBA에서는 벤치만 지키다 돌아왔다.
한국이 하다디를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뿐이다. 한국은 거친 파울로 하다디를 제어했다. 특히 김종규는 막판에 결정적 바스켓카운트를 성공하더니 도움수비로 하다디의 실수까지 유발했다. 하다디는 14점, 6리바운드로 부진하며 고개를 떨궜다. 분한 하다디는 은메달을 목에 걸기를 거부했고, 단상에도 올라가지 않았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을 기점으로 하다디는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란은 필리핀, 중국에게 잇따라 패하며 3위에 그쳤다. 필리핀은 NBA 귀화선수 안드레이 블라치를 동원해 하다디를 넘었다. 중국은 이젠롄, 저우치, 왕저린 NBA 선수들의 물량공세로 하다디를 돌아가며 괴롭혔다. 그럼에도 하다디는 한국과 8강서 18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아시아선수권 베스트5 센터에 저우치가 선정됐지만, 주최국 중국기자들의 몰표덕분이었다. 여전히 하다디가 아시아 최고센터라고 보는 것이 맞다.
▲ 하다디를 짜증나게 하라!
하다디가 위력적이지만 샤킬 오닐이나 야오밍은 아니다. 다혈질 하다디는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분을 못 이겨 스스로 자멸하는 스타일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서 화가 난 하다디는 자유투마저 놓치는 등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거친 파울과 도움수비로 그를 견제했기 때문이다. 판정이 주최국 한국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생각도 하다디를 열 받게 했다. 하다디는 경기 후 공식인터뷰도 거절하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3위에불만을 품은 하다디는 단상에 올라가길 거부했다.
안방에서 뛰는 만큼 하다디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대회에 임하고 있다. 우승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한국은 초반에 이런 분위기를 깨야 한다. 이번 대회서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장재석을 조기 투입해 하다디를 강하게 견제하는 것도 생각해볼 방법이다.
패스가 좋은 하다디는 가드와이 투맨게임에도 능한 빅맨이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중거리 슛도 정확하다. 가드들의 도움수비가 없다면 하다디가 파생하는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란전 대패 후 4일의 시간이 있었다. 한국은 그간 숱하게 하다디와 붙어봤다. 그에 대한 대비책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종규에게 알아서 막아보라는 식의 수비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지난번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허재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 모든 것이 달렸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