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임무에만 집중하며 한 경기 한 경기에 매진
와일드카드 경쟁에도 똑같은 마음가짐 유지
리그는 다르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분위기,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더 난이도 높은 무대에서도 다시 한 번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경미한 사타구니 부상에서 복귀한 오승환은 출격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틀 연속 등판할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가까이 던지지 않은 그를 위해 17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2-8로 뒤지고 있음에도 마이크 매시니 감독이 등판 의사를 묻기도 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감독에게 결정권을 다시 넘겼고, 매시니 감독은 더 필요한 경기에 내기 위해 그를 아꼈다.
그만큼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오승환은 시험가동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마운드에 올라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는 의미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던 트레버 로젠탈이 어깨 통증을 딛고 복귀했음에도 오승환이 짧은 기간 동안 다져놓은 마무리 자리는 굳건하다.
오승환의 이번 시즌은 한국에서 신인이었던 2005년과 비슷하다. 당시 그는 셋업맨 위치에 있다가 시즌 중 마무리로 돌아섰는데,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으로 철벽의 위용을 과시하며 당시 선동렬 감독의 ‘지키는 야구’의 중심에 섰다.
한국, 일본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부터 받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이 할 일에만 온전히 집중한 것이 오승환의 성공 비결이다. 현재 팀이 와일드카드 싸움을 펼치고 있어 민감할 상황이지만 그는 “중요한 경기고 순위 싸움을 하고 있지만 똑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른 팀도 중요하지만 일단 우리 팀이 이겨야 한다. 다른 팀을 신경 쓸 필요는 크게 없을 것 같다”며 팀 승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간단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를 강조했다. 다른 팀의 승패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이다. 등판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마운드에 오르면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만이 자신이 할 일이라는 것을 오승환은 알고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경기들만 생각하며 달려온 결과 그는 팀이 치른 경기의 절반 정도인 70경기에 출전해 72⅓이닝을 던지며 탈삼진을 97개나 잡았다. 100탈삼진도 눈앞이다. 이렇게 많은 경기에 나서게 되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생각을 하진 못했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삼진 수도 의식하지 않는다. 잡고 싶다고 잡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다 보면 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뿌듯함을 가질 만한 정도의 성적이지만, 그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감상할 시간도 오지 않았다. 오승환은 “뭔가 확정이 된 팀이라면 시즌을 정리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시즌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는 지나온 경기보다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눈앞에 있는 한 경기에만 집중한다면 시즌이 끝날 시점엔 더 풍성한 수확이 있을 것이다. /nick@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