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도 연기한다.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에 출연해서 연출하면서 억눌렀던 끼들을 마음껏 펼친다. 배우 못지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감독들을 꼽아봤다.
▲ 양익준
양익준 감독은 연기하는 감독의 대명사다. ‘똥파리’에서 사실적이고 패륜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감독이자 배우였다. ‘똥파리’ 이후 양익준 감독은 영화 ‘집 나온 남자들’에서 지진희, 김인권 등과 함께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이후에 송중기와 문채원 주연의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 출연하며 드라마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익숙하고 능숙한 코믹 연기와 거친 연기는 물론 진지한 정극 연기까지 탄탄한 연기력을 드러냈다. 이제는 감독보다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정도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률 감독의 ‘춘몽’에서는 또 어떤 연기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를 모은다.
▲ 봉만대
한국 에로티시즘의 거장이 연기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봉만대 감독은 본인이 연출한 영화인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봉만대 역을 연기하며 어색함이 전혀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이제는 자기 영화 출연을 넘어서서 이무영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 ‘한강블루스’에 출연까지 나섰다. ‘한강블루스’에서 봉만대 감독은 아픈 사연을 가진 의사 출신 노숙자 역할로 당당한 주연이다. 봉만대 감독은 기태영과 브로맨스(형제와 로맨스의 합성어)까지 펼치며 능수능란한 연기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연기 경험이 부족하기에 탁월한 모습은 아니지만, 결코 구멍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연기였다.
▲ 류승완
류승완 감독의 연기 역사는 꽤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 동생인 배우 류승범과 함께 출연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정말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짜장면 배달부로 특별출연과 단역의 역사를 시작한다. ‘짝패’에서는 정두홍 무술 감독과 손을 잡고 쉴 새 없이 때리고 부수는 정통 액션 연기를 펼친다. 이후에 ‘평양성’, ‘마마’ 등에서 우정 출연을 이어오다가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에서 플로리스트 강선생 역할로 출연한다. 특히 신민아와 박해일과 함께 나오는 노래방 장면에서 화장지로 꽃을 접는 표정과 말투는 특별했다.
▲ 황병국
이름도 연출작도 낯설지만 얼굴은 낯익은 감독이다. 황병국 감독이 ‘나의 결혼 원정기’와 ‘특수본’을 연출했다. 그가 연출한 영화보다 출연 작품 속 모습이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2016년 여름 700만 흥행을 기록한 ‘터널’에서도 하정우에게 사과하는 주유소 사장으로 출연했다. ‘검사외전’, ‘베테랑’, ‘내부자들’, ‘부당거래’ 등 흥행하는 영화마다 짧게 등장하지만, 항상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국선변호인이나 주유소 사장, 형사, 영화 제작자, 선생님까지 배우가 아닌 생활인 다운 면모와 함께 한 방을 보여준다. 감독님이라기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외모로 연기력을 더한다./osensta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