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3개 팀에서 뛰는 선수도 꽤 있어
특수 포지션인 포수는 더 큰 어려움
선수들의 이동이 많지 않은 편인 국내에서는 자주 쓰이는 말이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저니맨(journey man)이라는 말이 흔하다. 빈번하게 팀을 옮기는 선수를 칭하는 표현이다. 빅리그에서는 1년에 3팀의 유니폼을 입는 선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자신이 소속된 팀의 연고지가 아닌 곳에 집을 두고 있더라도 차로 3~4시간이면 웬만한 곳은 갈 수 있어 가족과 닿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만약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인 세이프코 필드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구장인 펜웨이 파크까지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가려면 하루에 9시간씩 운전을 해도 5일이 걸린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홈구장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만 한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치며 30번이 넘도록 이사를 다닌 것으로도 유명한 R.A. 디키(토론토 블루제이스)는 과거 저니맨으로 살며 어떤 어려움이 있었냐는 물음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팀이 바뀌면 가족들도 계속 이사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했다. 식료품점을 찾는 일부터 이웃, 도시 등 모든 것이 달랐다.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는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되는 것은 물론 야구 외적인 부분까지 모두 변하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야구장 안에서 혼란의 시기를 겪는 선수들도 있다. 디키의 동료이자 홈런왕 출신인 호세 바티스타는 “각기 다른 팀이 추구하는 철학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토론토에서만 9년째 뛰고 있지만, 그는 그 이전에 4개 팀을 거쳤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는 400경기에 나섰으나 이외 세 팀(볼티모어 오리올스,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는 41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2004년에 무려 4개 팀에서 활동했던 바티스타는 “어떤 팀에서는 공을 많이 봐야 하고, 또 어떤 팀에서는 초구부터 공격적인 배팅을 해야 한다. 베이스 러닝에 있어서도 어떤 팀은 적극적이지만 신중한 팀도 있다”는 말로 각 팀이 원하는 플레이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여기에 포지션의 특수성까지 더해지면 더 힘들다. LA 에인절스에서 데뷔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거쳐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뛴 포수 행크 콩거는 시즌 초 “특히 다른 투수들의 공을 다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민감한 존재인 투수들의 감정까지 보듬을 수 있어야 하는 포수는 그 이전에 자신부터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데, 팀을 옮겼을 때 좌절감이 크면 정신적인 면에서도 힘겨워진다. 콩거는 “적응하기 정말 많이 어려웠다”며 “우리 집이 에인절 스타디움(에인절스 홈구장)에서 15분 거리인데, 처음 (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을 때는 실망도 많이 했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는 이들을 원했기 때문이다. 야구를 시작할 때 저니맨이 되기를 원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니맨이라는 것도 나쁜 수식어는 아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