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머리 긴 치마를 입은 난 너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가 너의 첫인상이었어.
김건모의 노래 가사처럼 넥센 히어로즈와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의 첫 인상은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았다. 2008년부터 고척돔을 짓던 서울시가 지난해 대한야구협회와 '고척돔 완공시 목동구장은 아마야구 전용 구장으로 사용한다'는 협약을 맺으면서 넥센은 떠밀리듯 고척돔에 입성했다.
고척돔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갖고 있었지만 개장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러 차례 설계 변경에서 나타난 기형적인 불펜 장소, 불편한 관중석 등과 주차장, 돔 천장, 주변 광장 등 허술하고 미흡한 시설까지 하나하나가 우려 사항이었다. 넥센은 전기세, 임대료 걱정까지 앞세워 수심을 안고 고척돔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고척돔은 예상 외의 호평을 얻었다. 넥센은 올 시즌 여름이 시작된 6월부터 차츰 에어컨을 틀며 실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했고 이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컨디션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관중석 역시 햇빛을 피할 곳 없는 타 구장들에 비해 생기는 이점이 다른 불편함을 감수하게 했다. 선수들의 휴식, 웨이트 시설이 좋아진 점도 불만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경기 내적으로도 고척돔과 넥센의 만남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4년 연속 홈런왕(박병호)과 20홈런 외야수 2명(유한준, 스나이더)을 지난해 말 동시에 떠나보낸 넥센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팀 컬러 변화를 꾀했다. '뛰는 야구'에는 외야가 좁은 목동구장보다 넓은 고척돔이 제격이었다. 넥센은 올 시즌 홈에 한정해 2루타(136개), 3루타(27개), 도루(77개) 모두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우천 연기가 없는 돔구장을 쓰면서 가장 먼저 홈 최종전을 치른 넥센은 44승28패(.611)로 16일 기준 홈 승률 2위를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은 "표면적인 기록보다 '원 히트 투 베이스'가 적극적으로 잘 이뤄졌다. 외야가 넓은 고척돔을 쓴 게 팀 컬러 변화에 맞았다. 그리고 선수들이 우천 연기를 신경쓰지 않고 항상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준비한 것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며 고척돔에서의 첫 시즌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 난 네가 좋았어 약속된 만남이었을 거야. 처음부터 아주 오랜 친구처럼 우린 어색함이 없었으니까.
넥센은 시범경기 때부터 고척돔에서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며 오래 구장을 쓴 것 같은 자연스러운 야구를 선보였다. 올 시즌 주요 전력을 모두 뗀 불리함 속에 시즌을 준비한 넥센은 새 구장 효과를 톡톡이 보면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애물단지'처럼 여겨졌던 고척돔은 넥센의 선전과 더불어 '여름에도 시원한 구장'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면서 이미지 탈바꿈에 성공했다.
불편한 첫 인상과는 달리 관중들도 고척돔을 자주 찾았다. 16일 고척돔 최종전에 1만2445명이 입장하는 등 72경기에 총 78만 2121명이 고척돔을 찾았다. 지난해(총 49만 3535명)보다 약 58%가 증가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 7094명에서 올해 1만 863명, 처음으로 평균 1만명을 돌파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