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고민' 이양기, 1군 복귀 후 맹타
2군 후배들에게 보여준 형님의 진가
"좋은 선수다. 갑자기 나타난 선수가 아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요즘 이양기(35)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되며 1군의 부름을 받은 이양기는 9회 2사 만루 찬스에 대타로 시즌 첫 출장,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697일만의 1군 복귀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튿날에는 선발출장으로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으로 폭발했다.
이양기는 지난 2015시즌을 앞두고 티배팅 훈련 중 왼 손등을 다치는 바람에 스프링캠프에 가지 못했고, 시즌 전체를 뛰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그때 훈련하는 이양기를 보니 정말 좋은 선수구나 싶었는데 다쳤다. 지난 7월초에는 2군에서 야구를 그만 하겠다길래 대전에 불러서 면담했다. 어떻게든 쓰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양기도 기억했다. 그는 "감독님과 1대1로 면담했다. 사실 6월쯤 (선수 은퇴를) 고민했었다. 몸도 안 좋았고, 그만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며 잡아주셨다. 그 이전 손을 다쳤을 때도 감독님께서 문자를 보내신 적이 있다. 관심을 보여주신 만큼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오랜만의 1군이었지만 이양기에게 떨림, 긴장감 같은 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늘 해오던 야구다. 별다른 느낌은 크게 없었다. 2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면 떨리거나 압박감을 느끼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래도 대타 싹쓸이를 칠 때는 나도 극적이었다"는 게 이양기의 말이다.
지난 2003년 한화 입단 후 팀을 떠나지 않고 1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양기는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어린 선수라도 먼저 말을 걸어주며 적응하도록 돕는다. 2군이 있는 서산에서도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구단에서도 이양기의 성실함과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이양기는 "서산에서 힘든 것은 없었다. 2군이라도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지냈다"며 "난 우리 2군 후배들의 실력이 약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보다 마음의 문제라고 본다. 체력이 떨어져서 못 칠 수는 있어도, 1군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쫄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년 만에 1군에 올라온 이양기가 몸소 증명해 보였고, 2군 후배들에게 큰 메지시가 됐다.
시즌 막판이지만 총력전을 하고 있는 승부처에서 이양기의 활약은 한화 팀 전체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김성근 감독 역시 "이양기가 팀에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며 흡족해한다. 차일목과 함께 현재 1군 야수 중 최고참인 이양기는 "개인적인 주목은 받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진짜 모른다. 5강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포기하지 않고 돌아온 이양기처럼, 한화도 마지막까지 포기를 잊고 5강을 위해 달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