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히어로무비] 포기를 지운 황덕균, 1승 이상의 희망투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9.16 06: 01

넥센 히어로즈 우완 투수 황덕균(33)이 우여곡절 속 프로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증명했다.
황덕균은 지난 15일 고척 kt전에서 0-5로 뒤진 1회 무사 1,3루에 선발 박주현을 이어 구원 등판했다. 1회부터 대량 실점하며 분위기가 완전히 kt로 넘어간 상황. 황덕균은 심우준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승계주자 실점을 했으나 1회를 0-6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황덕균의 호투가 시작됐다. 1회를 잘 넘긴 황덕균은 2회부터 5회까지 네 이닝 동안 1안타만 허용하며 달아오른 kt 타선을 식혔다. 그 사이 팀이 조금씩 따라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역할을 100% 소화한 황덕균은 팀이 4-6까지 쫓아간 6회 마정길로 교체됐다. 그는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팀은 10-6 대역전승을 거뒀다.

황덕균이 등판했을 때 누군가 하고 이름을 낯설어 한 팬들이 있을 수도 있다. 2002년 두산에 2차 4라운드로 지명돼 입단했지만 2004년 방출됐고 사회인 야구,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2년 NC, 2014년 kt에 입단해 두 번 더 방출의 아픔을 겪은 그다. 황덕균은 지난해 말 테스트를 통해 넥센에 입단했다.
'우여곡절'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시련을 겪은 황덕균이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던 비결은 바로 가족이다. 1월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그는 "4살 아들, 2살 딸에게 '아빠가 이렇게까지 1군에서 절실하게 했구나'하고 보여주고 싶은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힘들 때마다 그를 북돋아준 아내는 그의 은퇴 고민을 매번 미루게 해줬다.
그렇기에 더 특별한 15일 등판. 황덕균이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그의 가족들이 모두 야구장을 찾았다. 황덕균은 자신의 아들과 딸의 앞에서 아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황덕균은 경기 후 ""오늘 가족들이 왔는데 특히 아들과 딸이 보고 있는 가운데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2군에서도 기다리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1회부터 5점차 이상 벌어진 경기. 하마터면 '버린 경기'가 될 수 있던 15일 kt전은 황덕균의 희망투로 인해 팀에도 대역전승이라는 선물이 쏟아졌다. 특히 그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kt를 상대로 자신의 건재함까지 보여줄 수 있어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던 '저니맨' 황덕균의 등판이었다. /autumnbb@osen.co.kr
[사진] 황덕균. 넥센 히어로즈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