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사연 읽으며 더욱 절실히 운동
새로운 마음으로 2017 시즌 도약 꿈꿔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지만, 명절이 반갑지 않은 20대는 많다. 좁은 문을 지나 취업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 20대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쏟아내는 질문을 질책으로 느끼기도 한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라 해도 듣는 사람의 느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요즘 취업이 힘들다. 얼마 전까지는 최지만(25, LA 에인절스)도 이들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면을 찾을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취업은 한 것이지만,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는 과정은 취업준비생들이 거치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팬들은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던 선수를 기억해주지는 않는다.
최지만은 올해 빅리그 데뷔에 성공하며 메이저리그 취업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제는 일자리를 얻었으니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얻었다. 올해 48경기에서 타율 1할6푼2리, 5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인 그는 다음 시즌 더욱 분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9월이면 마이너리그 일정이 끝나 한국에서 추석을 보내던 최지만은 이번엔 빅리그 로스터에 남아 처음으로 미국에서 추석을 지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빅리그 입성을 위해 윈터리그에도 참가해 계속 경기를 치렀지만, 올해는 체력 관리차 한국에서 준비하기로 했다. “올해는 윈터리그에는 가지 않을 계획이다. 예전에는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호주에서 계속 윈터리그 경기에 뛰었다. 올해는 잠시 휴식도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
같은 유망주라도 윈터리그가 그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다르다. “도미니카나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윈터리그에 가도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고향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지만, 나는 그게 아니다”라며 그는 체력적인 측면 외에도 생길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적 부담 없이 기술적인 것들을 가다듬을 수 있는 점은 스스로도 장점이라 밝혔지만, 마이너리그를 포함해 1년 내내 경기에 나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윈터리그에서 뛸 때마다 힘들고 외로운 경험이 많았을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최지만은 “그래도 같은 나이대의 취업준비생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괜찮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20대 중반인 그와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은 연령대가 비슷하다.
최지만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인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들 중에 야구를 안 했던 친구들도 많다. 그 친구들한테는 내가 야구선수가 아닌 그냥 학교 친구다. 이제 다들 취업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에이전트는 주위에서 마찬가지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사연들을 그에게 보내줬고, 최지만은 직접 찾아보기도 하며 여러 이야기들에 공감했다. 그는 “10만원이 없어서 집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봤다. 그런 글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동기부여도 된다”며 자신만 힘든 건 아니라는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오히려 타인의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말하는 20대답지 않은 마음씨도 묻어났다.
모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그런 희망이 있기에 젊은이들도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있다. 크게 보면 최지만 역시 그들 중 하나다. 빅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취업준비생의 절박함을 잊지 않고 문을 두드린다. /nick@osen.co.kr
[사진] 애너하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