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 통산 600홈런
이대호 한미일 337홈런, 이승엽 추격자 없어
600홈런 한국인 타자를 다시 또 볼 수 있을까.
'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이 지난 14일 대구 한화전에서 한일 통산 600홈런 위업을 세웠다. 140년 전통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8명, 82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에서 2명으로 총 10명만이 6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프로 출범 35년째가 된 올해 한국에서도 이승엽이 KBO 14시즌 1754경기 441홈런, NPB 8시즌 797경기 159홈런을 합쳐 600홈런 위업을 달성했다. 만 40세 불혹의 나이에 이룬 대기록이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이승엽 다음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과연 이승엽 다음으로 600홈런의 위업을 세울 한국인 타자는 누가 될까. 당분간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이라 마땅한 후보를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양준혁(351개)·장종훈(340개) 등 은퇴 선수들을 제외하면 이승엽에 이어 한국인 타자 프로 통산 홈런 2위는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시애틀). 이대호는 한국 11시즌 통산 225개, 일본 4시즌 통산 98개를 기록한 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14개 홈런을 터뜨렸다. 한미일 통산 홈런 337개로 거포 본능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대호 역시 이제 만 34세로 선수생활이 앞으로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 10년간 20홈런씩 터뜨려야 200개를 추가해 600홈런을 겨우 바라볼 수 있다. 이대호는 2010년 롯데(44개), 지난해 소프트뱅크(31개)에서 두 차례 30홈런 이상 터뜨린 것이 전부이지만, 이승엽은 30홈런 이상 시즌만 한국 8시즌과 일본 3시즌으로 총 11시즌에 달한다.
이호준(NC)이 KBO 역대 5위에 빛나는 327홈런을 터뜨리고 있지만 이승엽과 같은 불혹의 나이도 은퇴가 머지않았다. 김태균(한화)이 한국 14시즌 270홈런, 일본 2시즌 22홈런으로 한일 통산 292홈런을 기록 중이지만, 일본에서 돌아온 뒤 홈런 페이스가 주춤하고 있어 600홈런을 바라보기는 어렵다. 최형우(삼성)도 통산 229홈런을 쳤지만, 그 역시 나이가 만 33세라는 점이 걸림돌. 지금껏 해온 것보다 더 많이 쳐야 한다.
다음 세대로는 박병호(미네소타)와 최정(SK)이 있다. 박병호는 한국에서 9시즌 210개, 미국에서 1시즌 12개로 총 222홈런을 기록 중이다. 만 30세로 전성기가 남아있다. KBO리그 최초 2년 연속 50홈런을 터뜨릴 정도로 몰아치기에 능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 29세 최정은 KBO리그에서만 12시즌 통산 222홈런을 치고 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37홈런을 터뜨리는 등 갈수록 홈런 증가 추세에 있지만, 40홈런 페이스를 9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역시 만 29세 강정호(피츠버그)는 한국 9시즌 139개에 이어 미국 2시즌 33개로 총 172홈런을 치고 있지만, 600홈런의 벽은 너무 높게 보인다.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나성범(NC)이 94홈런으로 빠른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으나 대졸로 만 27세다. 앞으로 15년을 더 선수생활을 한다고 해도 매년 35개 이상 홈런을 넘겨야 600홈런을 바라볼 수 있다. 나성범의 나이인 만 27세에 이승엽은 이미 '324홈런 타자'였다.
프로와 아마의 수준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승엽처럼 젊은 나이에 1군 거포로 자리 잡는 케이스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거포 유망주들의 씨가 마르고 있어 당분간 600홈런 대타자를 보기에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포스트 이승엽도 마땅치 않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