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선수가 이렇게 잘하는데 내년에 은퇴하는 건 너무 아쉽다. 번복할 순 없는가".
2007년부터 삼성 라이온즈를 담당하는 기자는 올해 들어 이승엽의 현역 은퇴 번복과 관련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은퇴 시점을 정해놓았다. 그는 늘 말한다. "등 떠밀려 은퇴하는 게 아니라 박수칠때 떠나고 싶다"고.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삼성과 2년간 FA 계약을 체결한 이승엽은 2017년까지 현역 생활을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이승엽은 불혹의 나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출중한 기량을 과시 중이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국민타자'라는 수식어에 잘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승엽은 14일 현재 타율 2할9푼9리(489타수 146안타) 25홈런 109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는 뛰어난 실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가 낳은 산물과도 같다. 아무리 '박수칠때 떠나는 게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대로 떠나기엔 그의 실력이 너무나 아쉽다.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은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하지만 체력 관리를 잘 하니까 앞으로 2~3년 더 할 수 있다"면서 "야구를 그만 두는 건 본인이 정하는 게 아니라 구단이 필요없다고 할때 그만 두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현역 생활이라는 게 영원히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은퇴하면 다시 할 수 없다. 내년에 그만 두는 것보다 할때까지 한다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40대의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괌 1차 캠프 때 기자와 만난 이승엽은 "40대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요즘 들어 한창 일할 나이인데 퇴직 시점이 너무 빨라졌다. 나는 회사원으로 따진다면 정년 퇴직 시점을 훨씬 지났다. 나이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내가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다면 세상의 수많은 40대들이 약해졌던 마음을 다 잡고 신입 사원의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뛸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나라일하는 정치인들도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데 이승엽이 현역 은퇴를 번복한다고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이승엽을 아끼고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