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생생톡] 루키 최지만, 유니폼 입고 보내는 첫 추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9.15 06: 00

빅리그 데뷔해 미국에서 보내는 첫 추석
적응하며 다음 시즌 더 큰 활약 다짐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보내는 추석. 하지만 최지만(25, LA 에인절스)에게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왔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이다.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최지만은 48경기에서 타율 1할6푼2리, 5홈런 1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를 처음 밟아본 해라는 점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시즌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추석을 한국이 아닌 곳에서 보내는 건 처음이다. “마이너리그는 항상 9월에 끝나서 추석은 집에서 보냈다”는 것이 최지만의 설명이다. 그는 “추석을 여기(미국)서 보내는 건 처음이다. 얼마 전에 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가 (집안 일은)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가 안 계셔서 평소 집안일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추석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주로 전을 부쳤다는 최지만은 알뜰한 면도 있다. “지금도 연봉을 거의 5:5로 나눈다. 어머니는 내가 한국에 가면 맛있는 것을 사주시려고 안 쓰시는 것 같다. 계약금도 하나도 안 썼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도 적은 월급을 아껴서 모아 드린 적도 있다”는 그는 지금도 스스로 가계부를 쓴다. “결혼을 해도 돈 관리는 스스로 하고 싶다”며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시원시원한 이미지와 달리 꼼꼼하고 섬세한 면도 드러냈다.
빅리그에 처음 발자취를 남긴 올해는 꽃을 피우기보다는 도약을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최지만은 “옛날에는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 대주자로만 나가거나 벤치에만 있더라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하니 내가 메이저리그 선수인지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여기선 두 타석 동안 치지 못하면 빠져야 한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마이너리그를 졸업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나름의 수확이다. 시즌 중에 트리플A로 갔던 경험도 있는 최지만은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편했다. 투수도 달라 보이고, 공도 좀 더 쉬워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며 전보다는 한 단계 발전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5월에 지명할당(DFA)되는 시련도 있었지만 지금은 딛고 일어난지 오래다. 오히려 본인이 먼저 언급할 정도로 낙천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최지만은 “그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좌절하고 가만히 머문다면 그대로 도태되는 것이라 생각했다”는 말로 그는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 매기 시작했던 때의 이야기도 꺼냈다.
행여 생길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통역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최지만은 혼자서도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고 있다. 루키 시즌을 보내는 그에게 누가 조언을 자주 해주는 편이냐고 묻자 “지오바니 소토가 많이 도와줬다. 콜 칼훈도 장난을 많이 치지만 진지하게 물어보면 잘 얘기해준다. 마이크 트리웃이나 앨버트 푸홀스도 장난을 많이 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언어는 야구 외적인 부분이기도 하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최지만은 빅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 중 하나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됐다. 가장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한 시즌을 경험해본 그가 1년 뒤 이맘때쯤엔 어느 정도 위치에 있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nick@osen.co.kr
[사진] 애너하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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