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삼성)은 지고는 못 살 만큼 승부 근성이 강하다. 외모에서 알 수 있듯 평소에는 꽃미남 이미지가 강하지만 승부가 시작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지는 건 죽기보다 싫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삼성은 13일 대구 한화전서 6-7로 아쉽게 패했다. 구자욱은 이날 4-4로 맞선 9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일까. 14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독기가 가득 찬 모습이라고 할까. 타격 파트 코치들과 동료들이 "이제 좀 쉬어라"고 말릴 만큼 쉴새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날 구자욱의 방망이는 매서웠다. 1회 중견수 플라이, 3회 2루수-유격수-1루수 병살타로 물러났으나 3-4로 뒤진 5회 2사 2,3루서 좌중간 안타를 때려 주자 모두 홈으로 불러 들였다. 5-4 재역전. 한화는 6회 이양기의 좌월 투런 아치로 6-5로 앞서 갔다. 구자욱은 7회 결승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5-6으로 뒤진 7회 1사 후 박한이가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6-6 균형을 맞췄다.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중전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최형우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이승엽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렸다. 구자욱은 여유있게 홈인. 7-6 다시 승기를 가져온 삼성은 이지영의 내야 안타로 8-6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그리고 8회 박한이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쐐기를 박았다.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홈런과 최형우의 연타석 아치에 가렸지만 이날 구자욱은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전날의 아쉬움을 말끔히 떨쳐냈다. /what@osen.co.kr
[사진] 대구=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