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혼술남녀', 우리는 왜 흔남흔녀에 끌릴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9.14 16: 34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흥행은 독특하다. 완벽한 재벌남도, 가난한 신데렐라도 없는데, 시청자의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는다. 서울 노량진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학원 강사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일상을 화면에 담아내는 것 같은데, 자꾸만 관심이 쏠리는 건 왜일까.
지상파 월화와 수목 1위를 이끌고 있는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배우를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결핍은 있지만 총명하고 아름다운 왕세자('구르미 그린 달빛')거나, 웹툰 속 인물이라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자수성가 미남 재력가('W') 등이 극의 중심을 잡고 있는 주인공이다. 드라마에 몰입해, 비현실적인 상황들에서 나름의 대리 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한 스토리다.
'혼술남녀' 남자 주인공 진정석(하석진)은 학벌, 외모, 강의실력은 고퀄리티지만, 인성이 쓰레기다. 그래서 별명은 '고쓰(고퀄리티 쓰레기). 여주인공 박하나(박하선)은 더 심각하다. 노량진에 갓 입성했고 내세울만한 이렇다 할만한 게 당최 하나도 없는 '노량진 장그래'다.

앞서 tvN은 '막돼먹은 영애씨'부터 '미생', '식샤를 합시다' 등으로 주변에 있을 법한 상황과 캐릭터를 작품 속에 끌어들여 눈길을 끌었다. 완벽하진 않고 어리숙한 인물의 모습이라든가, 예상했던 게 좀처럼 풀리지 않는 답답함, 결국 실패를 거듭해 겨우 성장하는 모습 등은 인간적인 매력, 나아가 시청자 자신의 모습이나 주변의 모습에 빗대어 떠올려진다. 공감이 함께 따라오는 건 당연하다.
물론 여기에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의 투입은 필수, 흔하디 흔한 이야기를 몰입해 볼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작가의 필력과 드라마 PD의 연출력이 잘 결합해야만 가능하다.
여전히 드라마 속 완벽남과 완벽녀는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데 일조한다. 그렇다고 케이블채널인 tvN이 이를 똑같이 답습해서는 지상파 플랫폼의 높은 장벽을 넘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조금은 다른 시선, 더한 몰입, 격한 공감을 무기로 탑재해야만 '지상파를 위협하는 드라마 강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이야기. 흔남흔녀를 앞세운 '혼술남녀'가 지금처럼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다./osenstar@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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