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은 공격수가 넣었지만 김형일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나와 이겼다".
지난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의 올 시즌 최고의 경기가 나왔다. 점유율과 슈팅 횟수 등 모든 면에서 압도한 전북은 5-0의 승리 소식을 전했다. 올 시즌 한 경기에서 넣은 가장 많은 득점, 그리고 가장 많은 득점 차 승리였다.
2골을 넣으며 전북의 승리를 이끈 이동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실점에 최다골 승리다. 만족할 수 있는 경기다"면서 "2골 차로 앞설 때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안전하게 가려면 실점을 하지 않고 득점도 많이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골을 넣었지만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특히 2-0으로 앞선 상황에서는 위기도 있었다. 불과 3일 전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2-0으로 이기다가 2-2로 비긴 것이 떠올랐다. 잔디 위에서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3일 전과 달랐다.
후반 29분 골대 안으로 향하는 공을 김형일이 몸을 날려 막았다. 3일 전 막판 집중력을 지적 받았던 것과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놀란 건 김형일이 몸을 날리는 방향으로 중국의 루원쥔의 발이 날아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형일은 몸을 사리지 않고 공을 걷어내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이동국도 당연히 그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오늘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건 수비수가 공이 들어가는 걸 몸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막았다는 것이다. 그런 자세가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 했다. 김형일에게 발을 날린 루원쥔이 퇴장을 당한 이후 주도권을 잡아 승리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김형일이 단 한 골을 막은 것이 아니라 승리를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형일이가 몸을 사리고 실점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 어려운 경기로 이어졌을 것이다. 발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막아냈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것이 베테랑이다. 골은 공격수가 넣었지만 김형일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나와 이겼다"고 전했다.
이동국은 자신이 넣은 2골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 않았다. 다른 선수가 투입됐더라도 가능했다는 것이 이동국의 의견이다.
이동국은 "어느 선수가, 어떤 시간에, 어떤 상황에 투입되더라도 자기의 역할이 가능하다. 선수마다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언제 출전해서도 그 역할이 가능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래서 우리가 강팀이다"며 자신 때문이 아닌 전북이기 때문에 이겼다고 밝혔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