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2세 25홈런, NL 신인왕 확실시
로드리게스-립켄 이후 시선 집중 유격수
LA 다저스는 2014년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거포 내야수 핸리 라미레스(현 보스턴)와의 계약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미 2014년 시작부터 라미레스를 붙잡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해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매년 20개 이상의 홈런을 보장할 수 있는 내야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확실해 아무도 토를 다는 이가 없었다. 바로 메이저리그(MLB)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던 코리 시거(22)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거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라미레스는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거는 그 다저스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막판 MLB 무대에 데뷔한 시거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신인왕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자, 리그 최고 유격수 후보군에 속해 있다. 시거는 13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39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출루율 3할7푼8리, 장타율 0.536, OPS(출루율+장타율) 0.914, 25홈런, 69타점을 기록 중이다. 신인 선수라 슬럼프를 겪을 법도 한데 지금까지 특별한 침체,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완주하고 있다.
다저스 역사에서는 이미 특별한 유격수로 이름을 남겼다. 종전 다저스 역사상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1930년 글렌 라이트로 22개였다. 시거는 이미 25개를 기록해 유구한 다저스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시거가 홈런 하나를 더 칠 경우 지난해 작 피더슨이 세운 다저스 신인 역사상 홈런 2위(1위 마이크 피아자, 1993년 35홈런)에도 오를 수 있다. 물론 시거는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유격수라는 점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리그 전체로 따져도 만 22세 이하의 유격수가 25홈런 이상을 친 것도 상당히 오래간만이다. 이전에 이 기록에 다가선 선수 두 명은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스타로 군림했다는 점에서 시거의 행보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100년이 넘는 MLB 역사에서 처음으로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칼 립켄 주니어(당시 볼티모어)였다. 1981년 MLB에 데뷔한 립켄은 신인 자격을 유지한 이듬해인 1982년 28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그는 만 21세였다. 립켄은 만 22세 시즌인 1983년에도 2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립켄은 그 후 MLB 통산 21년 동안 3001경기에 나가 431홈런, 1129타점을 기록하는 등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뒤 은퇴했다. 명예의 전당은 당연히 들어갔다.
두 번째 선수는 평가는 엇갈리나 당대 최고의 선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였다. 1994년 시애틀에서 MLB에 데뷔한 만 18세의 나이로 데뷔한 로드리게스는 만 20세 시즌이었던 1996년 36홈런, 만 22세 시즌이었던 1998년 42홈런을 때리며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리그를 평정했다. 로드리게스는 1996년 타격왕, 1998년 최다안타왕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후 MLB에서 2억 달러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선수로 기록됐다.
로드리게스 이후 시거가 가장 화려한 출발을 선보인 유격수가 된 셈이다. 물론 시거가 두 선수만한 대스타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MLB 전문가들은 시거가 롱런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데는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다.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힌 선수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완벽한 첫 출발을 끊은 시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