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맹타, 부상 후유증 완전 탈출
20홈런 도전… 亞 내야수로는 첫 영예?
시즌 내내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강정호(29·피츠버그)가 시즌 막판 힘을 내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첫 20홈런을 달성한다면 아시아 내야수로는 ‘최초’라는 명예의 타이틀이 붙는다.
강정호는 13일(이하 한국시간) MLB 사무국이 선정한 ‘이주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MLB 진출 이후 첫 ‘이주의 선수’ 수상. 성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정호는 지난 주 7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5할5푼2리, 출루율 5할9푼3리, 장타율 1.087, OPS(출루율+장타율) 1.680, 4홈런, 10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총 25루타는 내셔널리그 최고 기록이었다. 성적을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부상 후유증으로 올 시즌 고생한 강정호다. 지난해 막판 당한 무릎 부상에 영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몸 상태와 감각이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 탓에 시즌 초반 성적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내고 있다. 8월 중순 주루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15일 부상자 명단에 갔다 오기는 했지만 그 전후로 완벽한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는 피츠버그에서 분전하며 그 인상은 더 깊다.
이런 강정호는 12일까지 올 시즌 85경기에서 18개의 홈런과 51타점을 기록 중이다. 강정호는 MLB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26경기에서 15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경기·타석수가 훨씬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홈런 기록은 이미 지난해를 뛰어 넘었다. 남은 경기 일정을 고려하면 자신의 타점 기록도 역시 다시 쓸 것으로 전망된다.
향상된 장타력이 그 자신감의 배경에 있다. 사실 강정호의 세부 타격 지표는 지난해와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여전히 빠른 공에 강하며,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도 비슷하다. 땅볼이 조금 줄어들고, 뜬공이 조금 더 나오는 정도다. 스트라이크존 공략, 컨택 비율, 헛스윙 비율 등은 거의 차이가 없다. 투수들이 ‘패스트볼 킬러’인 강정호에게 지난해보다 더 많은 변화구 승부를 하고 있는 정도가 눈에 들어오는 지표일 뿐이다.
그러나 한 번 맞은 타구가 멀리, 더 강하게 날아가고 있다. 지난해 홈런/뜬공 비율이 16.9%였던 강정호는 올해 이 수치가 25%까지 올라갔다. 250타석 이상 소화 선수를 기준으로 MLB 전체 12위 기록이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기록을 따르면, 강정호의 ‘강한 타구’ 비율은 지난해 34.4%에서 올해 41.8%로 올라갔다. 일단 공을 맞히면 더 강하게 타구를 날려보내고 있는 셈이다. 점점 더 ‘거포형’ 스타일로 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정호가 20홈런을 기록하면 아시아 타자로는 세 번째로 이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된다. 이전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던 마쓰이 히데키(2004·2005·2007·2009·2010)가 총 5번, 추신수(2009·2010·2013·2015)가 4번 달성했었다. 그런데 마쓰이와 추신수는 모두 외야수다. 내야수로 20홈런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단 하나도 없었다.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MLB에서 뛰었던 이구치 타다히로였다. 이구치는 MLB 데뷔시즌이었던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15홈런, 이듬해 18개의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20홈런을 치지는 못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희섭이 세 차례 15홈런을 기록했고 강정호는 이미 이 기록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강정호의 시즌 막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