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맨 선언’ 니퍼트, 리오스 아성도 넘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14 06: 08

‘최고령·최소경기 20승’ 두산에 애착
재계약 확실시… 리오스 22승-90승 조준
팬들의 환대에 예전 힘들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무의식 속에 눈물이 나왔다. 그 눈물의 당사자인 더스틴 니퍼트(35·두산)와 팬들은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지금, 이제 니퍼트의 다음 목표는 다니엘 리오스로 향한다.

니퍼트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대업을 이뤘다. 이날 몇 차례 위기를 넘기며 7이닝 2실점으로 선방한 니퍼트는 시즌 20번째 승리(3패)를 달성했다. 니퍼트의 20승은 KBO 리그 역대 17번째, 선발승으로 따지면 8번째다. 여기에 최고령(만 35세 4개월 7일), 최소경기(25경기) 20승이라는 값진 수식어도 주렁주렁 붙었다. 두산 구단에서는 세 번째 20승이다.
지난해 부상으로 위기를 맞이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의 역투로 신뢰를 회복한 니퍼트는 올 시즌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25경기에서 155⅓이닝을 던지며 20승3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후반기 들어 체력이나 몸 상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7연승으로 그러한 의혹의 시선을 깨끗하게 지웠다. 소속팀 두산의 1위 질주와 더불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등극도 확실시된다.
니퍼트는 경기 후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하면서 “이제는 팀 동료들이 가족이나 형제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기억될 수 있는 발판으로 연결된다.
니퍼트는 2011년 처음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래 올해까지 6년간 두산에서 뛰며 팬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 6년간 따낸 승수만 78승(35패)이다. 올해 120만 달러의 연봉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다. 기량 외에도 헌신적인 모습과 동료들과의 융화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신분만 외국인이지, 이제는 국내 선수나 마찬가지다. 올해 좋은 성적으로 사실상 내년 재계약은 따낸 상황이다.
그렇다면 니퍼트는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로 기억되는 다니엘 리오스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을 떠난 뒤 약물에 얼룩지기는 했으나 리오스가 KBO 리그에서 남긴 기록은 독보적이었다. 2002년 KIA 유니폼을 입은 뒤 2005년 두산을 거치며 6년 동안 90승59패13세이브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7년에는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의 역대급 성적을 남겼다.
당시 리오스의 22승은 외국인 투수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이다.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이 외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 20승을 달성했으나 최종 성적도 20승이었다. 니퍼트는 당시 리오스가 기록한 22승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두산은 13일까지 130경기를 했고, 시즌 막판 선수단에 다소 힘을 뺀다고 하더라도 2경기 정도는 더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니퍼트의 페이스를 보면 22승 도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니퍼트가 내년 이후에도 재계약에 성공, 한국에서 뛴다면 이르면 내년에는 리오스의 역대 외국인 최다승 기록에도 도전이 가능하다. 리오스까지 남은 승수는 12승이다. 상황을 봐야겠지만 한 시즌이면 넘어설 수도 있는 격차다. 1년 단명하는 외국인 투수도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90승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는 니퍼트, 단 한 명뿐이다. 20승이라는 대업을 자신의 경력에 새겨 넣은 니퍼트의 새로운 도전은 지금 막 시작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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