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5)가 값진 20승 고지를 밟았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자신을 환호한 팬들 앞에서 끝내 눈물을 보인 니퍼트는 남은 시즌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두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니퍼트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9개의 피안타, 그리고 3개의 사사구를 내줬으나 위기를 잘 넘기며 2실점으로 선방, 시즌 20번째 승리(3패)를 따냈다. 최고 152km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비롯,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위기 순간 많은 땅볼을 유도한 것이 승인이었다.
니퍼트의 KBO 통산 78번째 승리. 니퍼트는 이날 승리로 KBO 리그 역대 최고령 20승(만 35세 4개월 7일), 최소 경기 20승(35경기)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KBO 리그 역대 17번째 20승이며, 선발승으로는 8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와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에 이어 세 번째이며, 두산 프랜차이즈로는 1982년 박철순과 2007년 리오스 이후 역시 세 번째다.
니퍼트는 경기 후 20승 소감에 대해 "항상 그랬듯이 팀 동료들이 좋은 경기를 해줬기 때문이다. 초반 SK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했는데 김재환이 역전 홈런을 날려줬고, 모든 야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공수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져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SK 타자들은 매우 좋은 선수들인 것 같다. 초반에 직구를 공략 당해 힘들었는데 타순이 한 바퀴 돈 다음에 양의지와 상의를 해 변화구 위주로 피칭한 것이 맞아 떨어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팬 인터뷰 때 눈물을 흘린 니퍼트는 이에 대해 "내가 자란 곳이 미국의 시골 작은 동네다. 어릴 때 MLB에서 뛰면서 야구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을 다 이겨내고 오늘처럼 성공했는데 그간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라면서 "꿈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꿈을 펼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령, 최소경기 20승 기록에 대해서는 "경기 끝나고 들어서 알았다. 나도 그렇고 팀 동료들이 모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런 기록이 가능했다"라면서 "팀 동료들이 가족이나 형제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고 싶다"라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