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발판을 놓은 30홈런이어서 더욱 값졌다.
KIA 내야수 이범호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범호는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13차전에 선발출전해 솔로포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KIA는 이범호의 활약을 앞세워 3-2 승리를 거두었다.
흐름을 가져오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0-0으로 팽팽한 4회말 2사후 타석에 들어섰다.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을 상대로 볼카운트 3-1에서 가운데 직구를 밀어쳤고 타구는 빠르게 담장을 넘어갔다. 넥센측이 관중이 잡았다며 심판합의판정을 요구했으나 담장을 넘어간 것으로 확인돼 번복되지 않았다.
2000년 데뷔 이후 30홈런은 17년만에 처음이다. 지난 9일 광주 NC전에서 시즌 29호 투런홈런을 날려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운 이후 4일만에 홈런포를 재가동하면서 값진 30홈런을 달성했다. 시즌을 앞두고 세운 목표를 하나 달성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KIA에게 중요했다. SK, LG와 치열한 경쟁에 한화까지 추격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난적 넥센을 만났기 때문이다. 올해 2승10패로 유난히 약한 넥센과 4경기를 벌어야 하는 KIA로서는 부담 백배의 일전이었다. 4경기에서 최소한 2승2패를 거두어야 순위경쟁이 가능한 조건이었다.
때문에 경기전 김기태 감독은 코치진과 선수들 불러 전체 미팅을 갖고 "후회하지 말자"며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주장으로 동료들을 이끌며 순위경쟁을 하느라 부담과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에서 주장으로 중요한 한 방을 터트렸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돋보였다.
KIA 선수로는 지난 2009년 김상현(36개)과 최희섭(33개)에 이어 7년만에 나온 30홈런 타자였다. 이 홈런으로 97타점을 기록해 역대 57번째로 30홈런-100타점도 이룰 태세이다. 통산 홈런도 280개. 또 다른 목표인 300홈런도 시야에 두었다. 17년만에 활짝 핀 꽃범호가 아닐 수 없다.
경기후 이범호는 "30홈런을 꼭 해보고 싶은 기록이었는데 17년만에 달성했다. 정말 오래 걸렸다.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다. 30홈런을 친 경기에서 팀도 이겨 다행이라 생각한다. 최근 몸 관리를 철저히 한 것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야구만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도 올 시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