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다 25SV’ 박희수, 재기 성공 알리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12 10: 17

“구속 얼마나 나왔다고 하던가요?”
스프링캠프였던 지난 2월 23일. 니혼햄 2군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한 박희수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최고 구속을 물었다. 당시 박희수는 최고 139㎞의 공을 던졌다. 취재진은 어깨 통증으로 사실상 한 시즌 이상을 날린 셈인 것을 고려, 또 연습경기 첫 등판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들은 박희수는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다.
박희수는 전성기 시절 140~143㎞ 정도의 공을 던졌다. 여기에 130㎞ 후반대로 살짝 꺾이는 악마의 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4년 도중 찾아온 어깨 부상으로 구속을 잃었다. 2~3㎞ 정도가 떨어졌다. 급박한 순간에 등판해야 하고, 상대를 힘으로 찍어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마무리 투수로서는 성가신 일이었다. 실제 박희수의 구속은 올 시즌 내내 전성기 당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속과 별개로 성적은 돌아왔다. 올 시즌 SK의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는 박희수는 48경기에서 52이닝을 던지며 4승4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이다. 지난 9일 인천 넥센전에서는 시즌 25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이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2013년 24세이브)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올 시즌 리그 단독 2위 성적이기도 하다.
2011년에서 2013년은 박희수의 최고 전성기로 불린다. 2012년 65경기에서 무려 34홀드를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1.32의 환상적인 성적을 냈다. 마무리 첫 해였던 2013년에는 43경기에서 1승2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2.27로 여전히 빼어난 성적이었다. 그런데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박희수가 당시의 세이브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리고 2013년보다 더 많은 이닝(47⅔이닝)을 비교적 건강하게 소화했다. 완벽한 재기의 징표로 읽을 수 있다.
당시만큼 화끈한 맛은 없다. 구속이 떨어진 만큼 코너워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잘못 가운데 몰리면 장타 허용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박희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매 타자 신중하게 상대하고, 코너를 찌르다보니 볼넷도 많아진 것은 사실. 하지만 박희수는 노련함과 제구력, 그리고 여전히 좋은 공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창 달아오른 타고투저의 방망이를 이겨내고 있다.
당시보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타고투저의 바람이 극심한 것은 감안해야 한다. 올 시즌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 중 박희수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수는 구원 1위 김세현(넥센·2.88)과 3위 임창민(NC·2.57) 뿐이다. 마무리가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이면 요즘 시세에서는 매우 뛰어난 성적이다.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직후라 걱정도 많이 했던 게 사실. 그러나 특별한 통증 없이 꾸준히 1군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무릎 통증으로 열흘 정도 2군에 갔다온 것이 전부다.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방법으로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박희수의 건재함을 알리는 또 하나의 척도다. 지난겨울 FA시장에서 핵심 불펜 요원을 둘이나 잃은 SK지만, 돌아온 수호신이 지키는 뒷문은 단단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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