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BO 리그도 막판으로 접어들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희비도 어김없이 엇갈렸다.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해 벌써 짐을 싼 선수들도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 중간에 위치한 ‘애매한’ 선수들이다.
각 팀마다 이런 선수가 한 명씩은 있는 경우도 많다. 재계약을 하자니 다소 아쉽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선수들이다. 시즌 중 활약상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전체적인 외국인 수급 상황이나 새 외국인 선수에 대한 위험 부담 등을 고려하면 또 매몰차게 제외하기 쉽지 않다. 결국 남은 시즌에 보여줄 인상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는 평가다.
1·2위인 두산과 NC는 세 외국인 선수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3위 넥센은 앤디 밴헤켄과 스캇 맥그레거를 내년에도 볼 가능성이 높다. 밴헤켄은 에이스 몫을 하고 있고, 맥그레거는 내년까지 바라보고 데려온 선수이기 때문. 그러나 대니 돈의 경우는 재계약을 확신하기 어렵다. 11일까지 116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 14홈런, 65타점을 기록 중이나 확실한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메릴 켈리를 잡겠다는 계획을 세운 4위 SK의 경우는 헥터 고메즈가 계륵이다. 유격수 외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고메즈는 올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21홈런, 62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타격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무려 2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에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유격수 자원이 미국에 많지 않아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SK의 고민도 깊어진다.
헥터 노에시가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5위 KIA는 3년차 외국인 타자인 브렛 필이 고민이다. 필은 올 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19홈런, 78타점을 기록했다. 3년간 이 정도 성적은 꾸준히 찍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겉보기로는 재계약이 유력한 듯 보인다. 그러나 득점권에서의 모습, 그리고 전반적인 파괴력에서 특급 외인 타자들보다는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가 롱런의 고비가 될 수 있다.
5위 LG 역시 한국무대 5년차를 맞이하는 헨리 소사의 거취를 살필 필요가 있다. LG에서는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소사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8승8패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하고 있다. 강속구가 여전하고 이닝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긍정적. 그러나 평균자책점 및 세부적인 내용에서 그렇게 좋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버리자니 이만한 투수를 다시 구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9위 롯데는 지난해 빼어난 모습을 보여줬던 조쉬 린드블럼의 거취가 관심사다. 지난해 32경기에서 13승11패 평균자책점 3.56의 에이스급 성적을 냈던 린드블럼은 올 시즌 26경기에서는 8승11패 평균자책점 5.42에 그치고 있다. 나아지다가도, 다시 나빠지는 모습으로 구단의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연봉이 120만 달러에 이른다는 점도 부담. 내년을 위해 새 외인 선발이라는 도박을 걸지 주목된다.
내년부터 외인 한도가 3명으로 줄어드는 kt는 모든 외국인 선수가 다 고민이다. 2년차 앤디 마르테는 부상으로 올 시즌 공헌도가 줄었다. 라이언 피어밴드, 트래비스 밴와트, 조쉬 로위라는 외인 투수 3인방도 다 애매하다. 비교적 저렴하고 국내 무대에 적응이 되어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팀 선발진을 이끌 수 있는 에이스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윌린 로사리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7위 한화는 파비오 카스티요, 에릭 서캠프의 남은 시즌 모습에 따라 이런 고민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올 시즌 악몽의 외인 선발전을 거친 삼성은 내년에 싹 새판을 짤 것이 유력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