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11일 SK전 최고 구속 148km 쾅
갈수록 스피드 상승, "던지면서 감 잡아"
기이한 일이다. 시즌 후반 갈수록 피로 누적으로 지칠 이 시기 볼이 더 빨라졌다. 한화 우완 심수창(35)이 전성기 파워피처 시절을 연상케 하는 강속구를 던지고 있다.
배명고와 한양대를 거쳐 2004년 LG에 계약금 2억1000만원을 받고 입단할 때 심수창은 140km대 중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다. LG 소속이었던 지난 2006년 4월29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최고 구속 150km를 찍으며 잠재력을 터뜨렸다. 그해 데뷔 첫 승 10승(9패) 고지를 밟으며 평균자책점 4.38로 활약했다.
그 이후 심수창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구속이 조금씩 떨어졌다. 살아남기 위해 포크볼을 집중 연마했고, 롯데 시절 오버스로에 사이드스로까지 혼용한 변칙폼을 장착했다. 우완 정통파 파워피처 유형에서 벗어나 필요할 때마다 팔각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줄 아는 기교파로 투구 스타일이 확 변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심수창은 전성기 못지않은 빠른 볼을 마음껏 뿌리고 있다. 3이닝 무실점 노히트로 역투한 11일 대전 SK전에서 최고 구속 148km가 스피드건에 찍혔다. 이날 44개의 공을 던진 심수창은 직구로 27개를 던졌고, 평균 구속 143km가 나왔다. 시즌 직구 평균 구속 140.6km보다 2km 이상 빨랐다.
7회 1사 2루 위기에서 김강민에게 오버스로로 던진 8구째 직구가 148km까지 나왔다. 시즌 개인 최고 구속. 김강민이 배트가 밀려 파울이 됐다. 좁은 스트라이크존 탓에 김강민을 볼넷으로 내보내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이재원에게 2구째 147km 직구로 우측 파울을 끌어냈다. 결국 사이드로 던진 6구째 146km 직구로 3루 땅볼을 유도, 병살로 이닝을 끝냈다.
경기 후 심수창은 "작년 롯데에서도 148km까지 던진 적이 있었다. 요즘 147km까지 나오더니 오늘은 구속이 더 빠르게 나온 듯하다. 150km를 던진 지는 너무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며 웃은 뒤 "트레이닝 파트에서 몸 관리를 잘 해준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보강 훈련도 체계적으로 한다. 우리팀 연습량 자체가 많은데 계속 던지며 감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독 더 이를 악물고 던진 건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영향도 있었다. 특히 김강민 타석 5구째 바깥쪽 직구, 이재원 타석 3구째 몸쪽 포크볼은 스트라이크로 줘도 무방할 만큼 제구가 잘 이뤄진 볼이었다. 심수창은 "스트라이크를 3~4개 정도 놓친 것 같다. 심판들께서도 정확히 보려 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며 "볼 판정이 아쉬웠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실망하기보다 다시 한 번 같은 코스로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승부했다. 투수가 볼 판정에 쉽게 흔들리면 수비하는 야수들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더 침착하게 던지려다 보니 구속이 빠르게 나온 듯하다"고 웃어보였다.
선발-중간-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투입되고 있는 심수창은 시즌 53경기에서 96⅔이닝을 소화 중이다. 시기상 체력적으로 지쳐갈 때이지만 심수창의 공은 갈수록 힘이 넘치고 있다. 심수창은 "100이닝까지 던지면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넥센 시절이었던 2011년(109⅔이닝) 이후 5년만의 100이닝과 함께 10년 만에 150km 직구를 던질 기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