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윤규진 깜짝 마무리, 묘수인가 무리수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9.12 06: 07

윤규진, 선발·중간 이어 마무리로 깜짝 투입
이번 주 상대팀 일정에 따라 로테이션 조정
묘수와 무리수는 한 끗 차이라고 했다. 과연 한화의 윤규진 깜짝 마무리 투입은 묘수가 될까, 무리수가 될까. 

한화는 지난 11일 대전 SK전에서 윤규진을 마무리로 깜짝 투입했다. 마무리 정우람을 8회 1이닝으로 끊고 윤규진을 9회초 시작과 함께 올린 것이다. 정우람의 투구수는 6개에 불과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윤규진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정우람의 몸 상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김성근 감독의 전략적 계산에 의한 투수 교체였다. 윤규진은 최정에게 홈런을 맞으며 2안타 1실점을 했지만 7-6 승리를 지키며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경기 후 윤규진은 "오늘은 처음부터 불펜 대기였다. 구원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9회일 줄은 몰랐다"며 "홈런을 맞은 뒤 (김성근) 감독님께서 올라와 '맞아도 좋다. 여기서 동점이 되더라도 네 책임 아니니까 편하게 던져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즉흥적인 교체가 아니라 미리 사전에 계획하고 정우람-윤규진 순서로 기용한 것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마무리 정우람이 친정팀 SK에 약했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는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이전까지 4경기 2⅓이닝 7실점 평균자책점 27.00에 피안타율도 5할3푼3리였다. 9회 상대하게 될 최정에겐 2타수 무안타에도 볼넷 2개가 있었고, 정의윤에겐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로 약했다. 2점차 상황에서 정우람으로 최정-정의윤을 연속해서 상대하는 건 무리라고 봤다. 윤규진이 올해는 선발-중간으로 던졌지만 마무리 경험이 있다는 것도 고려했다. 
또 다른 이유는 추석 연휴 승부처를 맞아 선발 로테이션 조정을 위한 차원의 결정이기도 했다. 한화는 13~14일 대구 삼성전, 15~16일 대전 롯데전, 17~18일 대전 KIA전이 예정돼 있다. 정상 로테이션대로 갔다면 윤규진이 13일 삼성전과 18일 KIA전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윤규진은 삼성전 4경기에서 2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9.00으로 고전했고, KIA전 역시 6경기 1승을 거뒀으나 평균자책점은 8.49로 기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윤규진을 이날 구원으로 쓰면서 일정을 롯데전으로 미룰 수 있게 됐다. 롯데전은 6경기 2패2홀드 평균자책점 5.87로 성적이 그나마 괜찮았다. 윤규진 대신 이태양의 선발 일정을 하루 앞당겨 13일 삼성전, 18일 KIA전 모두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 이태양은 삼성전 5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39, KIA전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35로 상당히 강했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장민재가 SK전 6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1.30으로 초강세를 보인 것과 관련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궁합이라는 게 있다. 장민재 투구가 SK 타자들에게 안 맞는 것이다. 야구는 상대성이란 부분이 아주 크다"고 강조했다. 정우람과 윤규진 그리고 이태양까지, 각자 상대성을 고려해서 깜짝 마무리 투입과 선발 로테이션 조정을 한 것. 윤규진의 세이브로 첫 단추는 잘 꿰었다. 
시즌 내내 이런 식으로 마운드를 운용해온 한화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투수가 확실한 보직 없이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윤규진은 지난달 26일 대전 NC전 선발 이후 3~4일 고척 넥센전 구원, 7일 NC전 선발, 11일 SK전 마무리로 가리지 않고 투입된다. 이태양이 13일 삼성전 선발로 나온다면 거듭되는 4일 이하 휴식 등판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다. 
모 감독은 "변칙적인 운용이 단기간에는 몇 번 통해도 시즌을 길게 보면 무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계산대로 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한화의 경우 시즌 17경기밖에 남지 않은 막판이라 어떤 승부수라도 총동원해야 할 상황이다. 김 감독의 윤규진 깜짝 마무리 투입과 로테이션 조정이 묘수일지, 무리수일지는 다음 주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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