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연승, 다시 시작된 김성근 수염 징크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9.12 05: 48

한화 3연패 후 4연승, 되살아난 5강 희망 
김성근 감독, "SK 때처럼 기르면 좋겠다"
"그때처럼 기르면 좋은 거지". 

눈썰미 좋은 야구팬이라면 한화 김성근(75) 감독의 변화를 눈치 챘을 것이다. 최근 며칠 사이 김 감독의 턱 밑으로 듬성듬성 수염이 나있다. 야구장을 성지로 여기며 짧은 머리와 깨끗하게 면도한 얼굴을 유지했던 김 감독에게 있어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김 감독이 면도를 안 하기 시작한 건 지난 9일 대전 kt전에서 연이틀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였다. 이날 밤 경기를 마친 후 김 감독은 故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의 빈소를 조문하고 왔다. 밤늦게 서울로 올라가 10일 아침이 되서야 대전에 돌아온 김 감독은 미처 면도를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10일 SK전을 앞두고 면도에 대해 "밤에 조문을 다녀와서 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도 SK 에이스 김광현을 무너뜨리며 14-0 대승을 거뒀고, 김 감독은 11일에도 결국 수염을 밀지 않았다. 김 감독은 "면도를 안 하니까 안 하게 되더라"고 허허 웃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몰라도 한화는 이날 1-5로 뒤지던 경기를 7-6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3연패로 5강에서 호흡기를 떼는 분위기였지만 다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면도를 하지 않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시점에 4연승으로 또 살아났다. 
이런저런 사소한 징크스가 많은 김 감독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징크스는 수염과 관련돼 있다. 지난 2010년 SK를 이끌던 시절 이야기. 김 감독은 4월14일 대전 한화전을 시작으로 5월4일 문학 넥센전까지 무려 16연승을 질주했다. 이 기간 김 감독은 덥수룩하게 수염을 길러 집중 관심을 받았다. 
당시 4월13일 한화전에서 패한 뒤 김 감독은 밤새 패인을 분석하다 면도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날 한화전 승리를 거두자 수염을 밀지 않았고, 16연승까지 이어지자 3주 넘게 수염을 계속 길렀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백발의 긴 수염을 자랑하는 간달프를 연상케 만들며 SK 승리의 상징이 됐다. 김 감독은 16연승이 끝난 뒤에야 수염을 말끔히 밀었다. 
이제 잔여 17경기만을 남겨놓은 한화에 필요한 것도 기적 같은 연승이다. 5위 LG에 2.5경기차로 뒤진 7위로 산술적인 계산으로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4연승과 함께 다시 시작된 김 감독의 수염 징크스가 언제까지 계속 되느냐에 달렸다. 김 감독은 "그때(2010년)처럼 수염 기르면 좋은 거지"라며 대역전 5강 진출을 에둘러 희망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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