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돈을 받고 선거운동 해줬다."
지난달 끝난 대한볼링협회장 회장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볼링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한볼링협회 임원을 지낸 A씨는 11일 OSEN과의 통화에서 "지난달 끝난 제20대 대한볼링협회 회장선거에 당선된 회장에게 두 차례 경비를 받아 선거운동을 했다"고 양심고백에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대한볼링협회는 지난 8월 17일 국민생활체육볼링연합회와의 통합을 위해 실시한 제20대 대한볼링협회 회장 선거에서 김 모 전 대한볼링협회장이 정모 후보를 제치고 회장에 재당선됐다.
하지만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회장은 선거관리규정을 어긴 것이 돼 자칫 당선 효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후보자가 선거공보·선거벽보·전화·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선거일 후보자 소개 및 소견발표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어떠한 방법으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운동은 후보자 등록마감일(8월 10일)인 다음날부터 선거일(8월 17일) 전날로 한정된다.
또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조항들은 금전·물품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런데 김 회장이 먼저 연락이 와 만나자고 하더라. 그래서 지난 3월말 만났고 그 자리에서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하더라"면서 "사실 선거위반인 줄 몰랐다. 끝나고보니 제 3자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김 회장이 지난 5월 4일과 6월 2일 각각 1000만 원과 350만 원을 경비로 쓰라며 통장에 입금시켜줬다. 통장은 친조카 명의다"면서 "아무래도 생활체육쪽 임원들은 엘리트 볼링 출신들이 많다. 그래서 나를 많이 도와주려고 했고 김 회장도 그런 부분 때문에 나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A씨는 "이미 경찰서에 자진출두해 진술을 마친 상태다. 통장사본과 조카와의 친족확인까지 마쳤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도 이 사실을 알렸고 통화도 마쳤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A씨는 왜 스스로 김 회장의 불법선고운동 사실을 고백한 것일까.
A씨는 "선거가 끝나고 엘리트쪽 후배들이 '볼링계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제 실속만 챙기는 김 회장을 왜 도와줬냐'고 불만을 털어놓더라. 실제 엘리트 쪽에서는 거의 김 회장을 찍지 않았다더라. 그런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배로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김 회장은 엘리트쪽의 불리함을 알고 나를 만나 국가대표 총감독과 상근 부회장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당선이 되자 안면몰수하더라"고 양심고백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A씨는 "경찰서에서 양심선언을 하게 되면 같이 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벌금과 추징금을 낼 수도 있다고 하더라. 30년 이상 볼링계에 몸 담아 온 만큼 후배들에게 볼낯이 없다. 볼링계를 위해 김 회장의 당선은 당연히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회장은 A씨의 양심고백 사실에 대해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모두 말도 되지 않는 낭설이다.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라면서 "조만간 경찰에 출두해 직접 소명할 것이다. A씨에게 건넨 돈에 대해서도 추후 말하겠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A씨가 경찰서에 제출한 자술서와 통장 사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