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 제 38회 KLPGA 챔피언십, 배선우 연장 끝에 우승...박성현 한 시즌 최다상금 기록 경신
올 시즌 루키 김지영(20, 올포유)은 지난 4월 중순에 열린 삼천리 투게더 오픈을 평생 잊을 수 없을 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규 시즌에 뛰어 들어 두 번째 맞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챔피언조에 편성 돼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같은 조에는 박성현(23, 넵스)이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었다. 최근 만큼은 아닐지라도 박성현은 이미 대세를 굳혀가고 있던 시기다. 까다로운 코스 조건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힘겨운 승부를 펼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우승컵을 박성현에게 넘겨야 했다.
연장 승부에서 한이 맺혀 있기는 배선우(22, 삼천리)도 마찬가지. 배선우는 딱 작년 이맘 때 충남 태안 골든베이에서 벌어진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노무라 하루에게 연장 승부 끝에 허를 찔렸다. 앞선 3라운드까지 와이어투와이어로 생애 첫 우승이 유력했던 배선우이기 때문에 그날의 연장전 패배는 뼈아팠다.
그로부터 1년여. 배선우는 더 큰 무대에 섰다. 2016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물다섯번째 대회이자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파72/6,578야드)이다.
어렵게 연장 승부까지 끌고 온 배선우는 또 한번의 기회를 잡았다. 11일의 ‘이수그룹 제38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6,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배선우는 다시 연장 승부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데뷔 첫 승에 도전하는 김지영이었다.
둘은 2차 연장전까지 승부를 내지 못하자 핀 위치를 옮기고 다시 피말리는 승부를 시작했다. 2차 연장전에 이어 김지영이 먼저 버디퍼팅을 했다. 5미터 거리에서 굴린 공은 홀컵 바로 앞에서 딱 멈춰 섰다. 김지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배선우의 퍼팅이 이어졌다. 긴 하루를 매조지하듯 시원스럽게 공이 홀컵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배선우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 올 시즌 2승을 자축했다.
대회장인 스카이72 골프클럽은 이번 대회들어 바람이 유달리 잠잠했고, 그린도 부드러워 그린을 향해 띄운 공은 목표한 지점에 착착 달라붙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무수한 버디 행진이 펼쳐졌다. 화끈한 버디쇼에 갤러리들은 신이 났지만 이런 날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바로 연장 승부였다.
배선우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기 전까지는 김지영의 데뷔 첫 승이 시나리오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배선우와 김지현(25, 한화) 그리고 김지영이 펼치는 공동 선두 구도는 김지현이 13번홀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하면서부터 펼쳐졌다. 김지현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친 김지영을 비롯해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배선우까지 셋이 16언더파로 공동 선두가 됐다.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스카이72는 후반홀로 갈수록 핀 세팅이 어려워 전반홀보다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 결국 파3 16번홀이 변수로 작용했다. 핀에 붙여볼 욕심을 부리기 딱 좋은 홀이지만 방향이 살짝만 어긋나면 옆길을 갈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날 톱10에 든 선수 중에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이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얄궂은 홀이다.
김지현과 배선우가 이 홀의 희생양이 됐다. 김지현은 티샷이 그린을 벗어나 러프에 빠졌고, 배선우는 온그린에는 성공했지만 10미터 거리에서 공격적인 버디 퍼팅을 시도하다가 공이 홀컵을 벗어나면서 스리퍼트를 하고 말았다.
전반 홀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인 김지영은 10번홀 버디로 16언더파를 만들어 놓은 뒤 이후 홀에서 줄곧 파만 했다. 마지막 18번홀까지 파로 막은 김지영은 마지막 조에서 한 타차로 쫓아오고 있던 배선우를 가슴졸이며 기다렸다.
그러나 시즌 2승에 도전하는 배선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2.5미터 거리에 올린 배선우는 침착하게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 대회는 2014년 이후 3년 연속 연장 승부라는 기록을 남겼다.
한편, 전반 나인을 보기 1개로 마친 박성현(23, 넵스)은 11번홀에서 샷이글이 될 뻔한 위력적인 세컨샷으로 기대감을 높였으나 더 이상 추격의 끈을 당기지 못했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한 시즌 최다 상금 신기록은 무난히 경신했다. 지난 주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으로 올 시즌 상금 12억 원을 돌파한 박성현은 11일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18위에 오르면서 762만 6,667원의 상금을 보탰다.
이날 상금으로 박성현이 확보한 금액은 12억 1,353만 6,667원이 돼 2014년 김효주(21, 롯데)가 기록한 12억 897만 8590원을 돌파해 남은 대회에서 상금을 보탤 때 마다 신기록을 써내려가게 됐다.
우승컵을 노리기에는 시간이 뒤늦은 감이 있지만 김해림(27, 롯데), 이민영2(24, 한화), 이승현(25, NH투자증권), 장수연(22, 롯데)의 막판 추격도 매서웠다. 이들은 이날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두르며 최종일 리드보드를 뒤흔들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은 김해림이 14언더파로 이들 중에선 가장 앞선 단독 4위에 올랐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