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장성호(39)가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kt는 11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장성호의 은퇴식을 개최한다. 이에 앞서 구단 대회의실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성호는 이 자리에서 “은퇴식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시작과 끝을 함께 한 KIA, kt 양 팀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러 뜻 깊은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장성호는 1996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데뷔해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KIA를 포함해 14년을 뛰었고, 이후 한화에서 3년, 롯데에서 2년을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kt와 계약을 맺고 49경기에 출전 타율 3할9리(94타수 29안타) 1홈런 16타점 11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9일 오른쪽 정강이 실금 부상을 당했고 결국 은퇴를 택했다.
장성호는 기록의 사나이였다. 2012년 9월 18일 포항 삼성전에서 최연소(34세 11개월) 2000안타 고지를 발았다. 그리고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해 8월 19일 수원 넥센전에서 역대 2번째로 2100안타를 달성했다. 현재 양준혁(2138안타)에 이어 통산 최다 안타 2위의 기록. 통산 성적은 20시즌 동안 206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6리 2100안타 221홈런 1043타점 1108득점이다.
다음은 장성호와의 일문일답.
-은퇴 기자회견 소감은?
▴1년이 지나서 은퇴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좋은 은퇴식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kt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또 경기 상대 팀이 KIA인데, 타이거즈에서 야구 생활을 시작했고 kt에서 마무리를 했기 때문에 저에게 더 뜻 깊은 은퇴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은퇴식 준비를 해주신 kt 관계자 여러분들, KBSN 스포츠 제작진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리겠다.
-은퇴식을 1년이 지나고 했다. 서운한 마음은 없었는지.
▴kt에서 1년밖에 못 뛰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죄송했다. 작년에 큰 부상도 두 번 있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은퇴식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는 kt가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팀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저의 행사 때문에 잘 나가는 팀의 분위기가 깨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했다. 우연히 9월 날짜를 보다가 KIA전이 잡혀있었다. 순위권 경쟁도 끝나갈 시점이고 구단에도 부담이 덜 될 것이라 생각해서 이 날짜를 이야기했다. 또 5시 경기라 스포트라이트가 저에게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구단에서는 이미 은퇴식 이야기를 했고 날짜 조율을 KIA 경기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KIA전에 은퇴해 감회가 남 다를 것 같다.
▴당연히 감회가 새롭다. 로고가 바뀌었지만 타이거즈란 이름은 제가 입단했을 때와 똑같다. 제가 처음 시작했던 팀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곳이 광주라는 도시고, 타이거즈 팬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기 때문에 은퇴식을 처음 생각했을 때 무조건 타이거즈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받았던 사랑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 은퇴식은 제가 생각했던 대로 이루어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지금 기억에 남는 건 2009년 우승이다. 1997년에도 우승했지만 2009년도가 더 뜻 깊은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뛴 주전은 아니었지만 10년 이상 걸렸던 우승이고 그 경기가 가장 생각난다. 또 kt에서 했던 마지막 경기가 생각난다. 8월 19일이었는데 경기도 재미있었다. 마지막 타석 몸에 맞는 공으로 부상을 당했다. 이 두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기록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제가 만약 실력이 더 되고 주전으로 기회가 더 주어졌다면 선수 생활을 연장했을 것이다. 제 자신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양준혁 선배 기록을 깨고 싶었지만 제 능력 밖이라 생각했다. 처음 목표가 기록을 깨는 것이었지만 지금 박용택, 정성훈 등 후배들이 양준혁 선배 기록을 깰 것 같다. 그 선수들이 기록을 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설 위원으로 보는 야구는 어떤가.
▴야구를 하는 것과 제 입으로 풀어내는 건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말 하는 직업을 처음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조심스럽게 되더라. 처음 시작할 때 보다 요즘이 더 조심스럽게 준비를 하게 된다. 야구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야구를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해설이라는 게 말로 풀어나는 게 쉬운 것 같기도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1경기, 1경기 하면서 말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다.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야구를 편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 해설에 대한 초심은 끝까지 가져갈 것이다. 야구가 항상 재미를 추구할 수 없겠지만 제 해설을 들었을 때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미래에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은 하고 있다. 지도자라는 것이 한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걸 생각해본다면 확실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치를 하는 건 제 자신도 그렇고 선수들에게 타격이라 생각한다. 야구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자신감이 생겼을 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다.
-준비한 세리모니는 없나?
▴세리모니를 준비한 건 없다. 시구를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희 아이들은 두 번씩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가 시구를 한다. 아이들을 양쪽 타석에 세우고 제가 시포를 하기로 결정했다. 결혼한 지 16년 정도 됐다. 아내를 위해 말만 수고한다고 했지, 특별히 해준 게 없었던 것 같다. 제 마지막 배트를 내려놓는 장면에서 가장 고생한 아내가 시구를 하는 게 저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지금까지 수고한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선물인 것 같다.
-감사한 분들이 있다면.
▴김응룡 감독님이 가장 생각난다. 아무 것도 없는 저를 주전으로 기용해주셨고 좋은 성적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타격 폼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왕정치를 제외하고 저만의 독특한 폼을 만들어주신 김성한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2010년 트레이드가 돼서 나올 때,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때라고 할 수 있는데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신 한대화 감독님, 그리고 오늘 양 팀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제가 1년 밖에 kt에서 생활을 안 했기 때문에 은퇴식을 차려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장님께도 감사드린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세월이 빠르니 헛되게 타석을 소비하지 말고, 공 하나, 하나 집중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바람처럼 지나갔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시간들인데 그런 시간들을 그때는 모른다. 후배들에게도 매 순간 유니폼 입었을 때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며칠 전 이대수 선수에게 문자가 왔다. 그래서 ‘벽에 똥 칠 할 때까지 야구를 하라’고 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나면 야구에 대한 중요성을 더 느끼는 것 같다. 제 의지대로 그만뒀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역에 있을 때 자기 시간을 아까워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rsumin@osen.co.kr
[사진] 수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