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월계수', 시대의 역행? 신구가 보여준 양복 한벌의 가치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9.11 11: 4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코믹함과 뭉클함을 적절히 안배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구를 통해 완성되는 따뜻한 인간애와 직업관이 깊은 울림을 안기고 있다.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맞춤양복점 '월계수 양복점'을 배경으로 사연 많은 네 남자의 눈물과 우정, 성공 그리고 사랑을 그리는 작품으로, 신구 김영애 차인표 라미란 이동건 조윤희 등이 출연하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는 '백년의 유산' '전설의 마녀' 등을 집필한 구현숙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송 전부터 '막장 드라마 아냐?'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구현숙 작가의 전작은 선악 구도가 명확한 인물 구성이나 극단적인 상황들이 즐비했었기 때문.

하지만 뚜껑을 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매회 개성 강한 캐릭터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KBS 주말극의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이만술 역의 신구가 자리하고 있다.
'월계수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만술은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 인물로 통한다. 월계수 양복점은 동네 주민들이 오다 가다 쉬며 정을 나누는 곳이다. 현재 이만술은 그 어떤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깁을 나간 상태인데, 이 때문에 주민들은 문이 닫힌 월계수 양복점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곤 했다.
특히 지난 10일 방송된 5회에서는 이만술과 얽힌 한 노인의 사연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연실(조윤희 분)은 만술이 마지막으로 지은 양복을 그의 아들 동진(이동건 분)과 함께 직접 배달을 했는데, 이 때 이 노인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라며 이만술의 성품을 높이 평가했다.
이 노인은 젊었을 적 서울에서 전자부품 공장에 다녔는데 그 때마다 봤던 월계수 양복점의 쇼윈도 양복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세월이 많이 지난 뒤 월계수 양복점을 찾아 "제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자신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왔다. 평생을 기름 묻은 작업복만 입고 살았다. 그게 한이 되어서 저승길 갈 때는 좋은 양복을 입고 싶다"며 양복을 맞추고자 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돈은 턱없이 부족했는데, 만술은 원단 값도 안 되는 돈인 2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좋은 양복 한 벌을 정성껏 지어줬다고 한다. 노인은 양복을 입어보고는 평생 기 한 번 못 펴고 살았는데 저승길은 당당히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진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만술이 만든 양복은 누군가에겐 평생 간직하던 꿈이 되기도 하고, 세상을 떠나기 전의 마지막 선물이 되기도 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 희망이 되기도 했다. 이는 곧 만술이 세상과 타인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라봐왔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했다. 배삼도(차인표 분)가 아내 복선녀(라미란 분)가 그렇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만술의 뜻을 이어받아 양복점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것도 그의 인간애를 통해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동진은 아버지 만술이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가게를 처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만술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는 연실은 이런 동진과 대립하며 어떻게든 양복점을 지키고자 한다. 물론 동진의 생각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곡지(김영애 분)의 말대로 이제는 누구 하나 양복점을 찾아 양복을 맞추려 들지 않기 때문에 적자 신세를 면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
그래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만술과 같은 마음으로 양복을 짓고, 또 이 양복을 입고 행복해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힐링이 된다. 이 같은 신구의 직업관과 인간애가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참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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